감정이 없다면

굳이 진화론자의 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대부분은 안다. 인간 행동의 기저에 이성 따위가 그렇게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냥 경험으로도 안다. 그리고 흔히 마인드, 또는 감정이라고 여겨온 그 느낌의 실체가 실은 본능이나 DNA의 차이에서 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대체로 수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순간,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감정에 휩싸이고 만다. 불같이 화를 내고 미친 사람처럼 슬퍼하고 세상을 다 가진 양 기뻐하고…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우리가 매일 각자의 뇌를 들여다보며 산다면 어떨까. 어떤 사람을 볼 때 그의 외모 뿐 아니라 뇌구조도 거울처럼 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상대하는 태도가 아예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인지, 이번에 티비엔에서 해주는 ‘비밀의 숲’에 나오는 조승우 캐릭을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다.

드라마 상이라서 짧게 스쳐가듯 설명하는 게 다이긴 하지만 (아마도 이런 질병이 있으리라), 조승우는 극중에서 뇌의 일정 부분이 특별하게 발달한 나머지 소음을 못 견디는 아이로 설정되었다. 그는 종종 시끄러움 때문에 미칠 것 같아지면 주변 아이들을 무작위로 패고 심지어 손가락을 부러뜨릴 정도로 폭력적 성향을 보였기에(물론 이 정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가끔 소음에 너무 민감해지는 나머지, 주변 둔감한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마음이 되곤 하기에 너무 이해가고요 ㅠㅠ) , 부모는 고민 끝에 뇌 수술을 감행하고, 수술로 그는 더 이상 소음에 시달리지 않게 되지만 치명적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으니…그것은 공감능력 상실, 관련 뇌 부위가 마비된다는 점. 따라서 이 사람은 감정 불구의 상태로 어른이 되고, 마침 검사라는 직업은 그런 사람이 수행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의 직업이라 대쪽같은 청렴 검사이자 능력이 출중한 사람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인간적으로는) 완전한 비호감에 따돌림 당하고 싸이코 취급을 당하는 캐릭터.

하지만 조승우 아니 황시목 검사는 그런 취급에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서 괴롭지 않다. “맞아, 내 곁에는 앞으로도 죽, 사람이라곤 단 하나도 없을 거야.” 자기에게 맞았던 옛 급우가 너같은 인간에게는 앞으로 사람이 곁에 하나도 안 남아날 거라고 외친 데 대한 그의 차분한 대답이다.

이런 체념 상태에서 황시목이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이유를 찾는 ‘마음’ 또는 본능 역시 감정선이 배제되면 갖지 못하게 되니까 그냥 죽지 않는 한 사는 걸지도.

아무튼 이런 상태로 살아가는 만큼 그는 일 외에 다른 것에 도통 관심이 없다. 마치 검사라는 일을 위해서만 딥러닝을 마친 AI 처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할 뿐, 누군가의 애처로운 사연이나 배경이나 본인이 기소하여 내려진 사법 판결이 향후 미칠 영향에는 아주 피상적인 반응만 내보인다. 그에게는 소위 눈물로 호소해서 감정을 움직이는 일도 어림없지만, 검찰 내 비위세력의 위협이나 겁박도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을 무서워할 감정, 즉 두려움이라는 기제도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서 쟁취하는 권력에 대한 욕구, 이러한 욕망에서 그는 자유롭다.

아아, 사실 나는 황시목 검사가 못내 부럽다. 하지만 그는 가끔 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파서 기절 상태까지 이르는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 단 하나 안타까운 지점. 이렇게 아플 일만 없다면, 나도 황시목 검사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비관적인가. 아니, 요새 내 안의 인류애가 너무 바닥을 치고 있어서 그렇다. 다시 인류애를 살리고자 어떤 쪽으로 애를 써야할지, 잘 모르겠는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주말 기록을 쓰려다가 드라마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다.

기록은 사진으로 대체하자.

집 근처에 생긴 스시 집. 개별 메뉴 퀄리티 나쁘지 않고, 서빙 나쁘지 않고, 디너 정식 25000원에 배불리 먹었다. 굿굿.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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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장이나 모기향 따위로 완벽 방어가 안되는 주택이라, 여름 대비 뿌리는 용도의 내추럴 허브향 모기퇴치제를 샀는데 냄새가 좀 많이 힘들다. 게다가 그렇게 방어가 잘 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다음엔 안 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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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스틱이라는 개 껌인데, 한우 힘줄을 말린 거라고 엄청 센 가죽의 느낌이라 보통 하루종일 씹는다고 해서 꼴랑 십센티 남짓한 스틱 하나에 6천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샀다. 두리는 예상대로 하루종일은커녕 십 분 만에 클리어. 오랜만에 너무 너무 몰두해서 씹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하지만 자주는 못 사줘, 비싸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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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바타를 사다가 햄치즈 샌드위치를 해먹었다. 요새 홀릭하고 있는 수제 레모네이드도 함께. 이케아에서 단 돈 천원인가 이천원에 사 온 착즙기를 아주 잘 쓰고 있다. 맛 좋은 레모네이드의 비결은 생 레몬을 짜는 데도 있지만 맛있는 탄산수를 사는 데 있다. 이마트에 다행히 산펠레그리노 있어서 비싸지만 매번 이걸 꼭 넣으려고 하는 이유.

산펠레그리노 탄산수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케아 착즙기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미지는 각기 쿠팡이랑 텐바이텐에서 가져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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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식당 밀면 맛있다고 사람들이 하도 세뇌해서 함 먹어봐야지 하던 중에 집 근처에도 지점이 생겨서 일요일에 가 봤다. 수육과 밀면을 시켰는데, 수육은 따끈하고 깔끔해서 좋은 한편 살 부위가 너무 퍽퍽했고 밀면은 면이 특이한 것 외에는 그닥 큰 장점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대기 줄이 그렇게 긴 줄 알았다면 애당초 안 갔을 거시야….-_-;

이번 주말에도 외식 포인트는 그냥 그렇다. 하지만 토,일 밤 9시에 볼 드라마가 생겼으니, 이건 좋은 일.

 

 

늙는다는 것의 쓸쓸함

전반적으로 쓸쓸하고 우울한 주말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홈 스윗 홈인 상황은 여전한데, 요즘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억지로 웃지 않는 존재는 두리 뿐.

영문 모를 일이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그 영문이 또렷한 결과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정도는 알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

어떤 에너지랄까 삶에 대한 가열찬 희구랄까 목적성이랄까 치열함이랄까 하는 것들로 표현될 만한 감정들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 그런 듯 하다는 정도만 가늠할 수 있는데, 치고 나가게 해줄 만한 요인이 외부에는 없고, 결국 내부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결론.

외부적으로는 몇 가지 이벤트가 있었다만, 아무 영향이 없었으니까.

기억나는 대로 외부활동을 기록해 보면,

금요일에는 공식 회식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회사 임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저녁이면 반드시 캍퇴하고 집에 바로 가는 인물로 이미지를 다져놨기에  캐쥬얼한 모임에는 불리우는 적이 없는데 그날은 어쩌다 보니 식당 측의 초대에 내가 임원진을 데려가는 모양새가 되어서 특별히 참석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직장여성에 대한 편견이 이런 식으로 유용된다, 남편 저녁 차려주러 가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니 저녁 차려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몇 번 언급했는데도 이들은 항상 나에게 그런 의무가 있으리라고 짐작해서, “젠틀하고 이해심 많은” 남성이 되고 싶어서, 회식 강요를 하지 않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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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는 한 임원이 양주를 가져왔길래 어차피 맛도 없고 재미도 없는 자리인 만큼 양주나 마시자 싶어 언더락으로 두어 잔 마셨더니 이런 모습 처음이라면서 놀라워들 했다. 대체 회사에서 왜 이런 모습 자주 보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하하 그렇지요 대충 응수한 뒤, 시바스리걸과 로얄쌀루트와 이름 모를 전통주 등을 고루 마시고 1차에서 헤어지고 근처 공원에서 열린다는 야외 페스티벌에 갔다.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회사에서 걸어서도 5분 거리 지척인데 단 한 번도 (매년 열리는 관제 공연이다) 가 볼 생각을 않다가 그날 처음 간 이유는 ‘실리카겔’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쉽게도 중간부터 봐야 했지만 봤다는 데 의의를 둔 시간. 집에 있던 건도 나와서 함께 십여 분 관람했던가, 이후 참석 밴드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아서 곧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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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역시 집이 가장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이제 어린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구나 싶었다. 무언가에 홀연히 빠지는 마음, 도취되는 마음, 재지 않고 나아가는 마음, 그런 어린 마음들이, 없구나. 나도 비로소 늙는다는 것의 쓸쓸함을 인지하는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그날은 피곤해서 더 깊이 생각을 잇지 못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주말 내내 날이 꿉꿉하고 흐렸지만 제주에도 드디어 생겼다는 평양냉면을 먹으러 갈 계획을 세웠다. 나보다도 백만 배는 더 무기력하고 마음이 늙어져 있는 건을 부추기기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으나, 이러다가는 둘다 갑자기 백살 할배 할매가 되겠다 싶어서 마지막 힘을 내었다.

냉면집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남쪽인 모슬포항 근처에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만 한 시간 거리. 가면서 언니네이발관 씨디를 들었는데, 짧은 여행길 가운데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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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예상대로 우리가 기대한 맛이 나지 않았고 만두에서는 숙주나물이 쉬기 직전 맛이 났으며 식당의 위생상태는 좋지 않았고 직원은 불친절하고 무성의했다.

여기까지 와서 해변은 한 번 볼까 싶어 갔던 하도해수욕장은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

여기까지 와서 마침 열린 오일장을 구경하자 싶어 들어가서는 아무 것도 살 게 없다는 점만 확인하고 나오다가 내가 졸라서 그나마 애플망고를 좀 샀다. 먹고 싶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싱그럽고 달콤한 느낌을 얹어주는 과일이니까 식탁 위에 놓고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이렇게 보냈다, 지난 주말은.

‘늙는다는 것의 쓸쓸함’ – 내용이 길어질 챕터는 잠시 접어둔 채, 살짝 해쉬태그만 붙여둔 채로.

 

좋은 일들 & 별로 안 좋은 일들

좋은 일들

: 언니네이발관 6집이 나왔고 좋음 / 두리 건강검진 결과가 좋음 / 런던 테러가 있었지만 하린이는 무사함 / 건이랑 싸웠지만(아니 혼났지만) 화해함 (용서 받음) / 두리랑 산책하다 다쳤던 손바닥이 제대로 아물지 않았지만 회사 간호업무를 담당하시는 과장님께 치료 받고 괜찮아짐

별로 안 좋은 일들

: 검정치마 3집이 나왔고 실망스러움 / 런던 테러가 있었고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아서 두려움 / 동료의 교통사고 및 부재로 인해 골치아픈 일이 많아짐 / 건이랑 싸웠음 (아니 혼남 ㅠ) / 두리랑 산책하다 다쳤던 손바닥이 제대로 아물지 않아서 병원 가서 째야 한다는 조언을 들음 / 오믈렛을 망쳐서 맛이 없었음

 

5월의 마지막과 6월의 초입은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교차하는 느낌이었다.

테러나 교통사고, 거기에 당한 인간들과 그 짓을 가한 인간들을 떠올리다 보면 마음이 너무 복잡해진다. 왜곡된 신념, 정치적 판단, 파탄, 자폭, 불순한 의도, 거짓말, 부정직, 핑계, 본능적 방어, 습관적 남탓, 극도의 이기주의, 연민에 대한 의구심, 두려움, 막연하고 깊은 두려움 또는 외로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 한편 얼마나 부질없는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사는 게 참, 재미없다.

그래서 이럴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존재는 음악두리. 다행히도 둘다 내 곁에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언니네 이발관처럼 온 신경을 곧추세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직 이 세상에 있고 두리는 건강하게 항상 제 자리에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이어폰을 꽂고 6집을 듣는 중인데,

  • 트위터에서 김지은 씨가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것

 “자기 자신들이 해온 작업 외에는 레퍼런스가 없는 음악들.”

  • 이석원 씨가 앨범 나오기 직전 일기에 솔직하게 표현한 것

“울고 지랄 하고
묻고 또 묻고 절망하고 매달리고
귀가 헐어 터질때까지 듣는 일.”

과연, 이 두 가지 문장이 듣는 내내 머릿속에 맴도는 음악이구나. 평범하기 짝이 없이 살아가고 타고나기를 아무런 재능도 열정도 없는 주제인 나로서는, 이런 작업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나마 인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니까, 진짜 고맙고 또 고마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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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관 멤버 기타리스트 이능룡 씨가 2012년에 무려 주연으로 나온 영화 ‘설마 그럴 리가 없어’도 내친 김에 올레티비에서 찾아 보았다. 풋풋하고 귀엽고 한편 남일 같지 않은 영화였다.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데,

1 영화 속에서 이능룡 씨 같은 아웃룩(또는 스펙)을 좋아하면 완전 미친 여자 취급을 받던데, 1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흠흠. 난 첫인상으로서도 저런 인상이 좋은데.

2 영화 속에서 가난한 뮤지션으로 나오는 거 치고는 집이 좋던데. (우리 기준에서 보자면) 있을 거 다 있고 (렌지 형식이긴 해도 오븐도 있고!) 공간도 원룸이 아닌 방이 따로 있는 작은 빌라 규모였다. 이런 인식의 차이를 느낄 때마다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돈이 없는데도 돈이 없는 줄 모르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부정한다 & 미스 슬로운

하아, 요새 정말 볼 드라마가 너무 없다. 슬퍼. 제아무리 넷플릭스나 올레티비에서 시리즈물을 틀어준대도 역시 아무렇게나 휙휙 채널 돌리면 나오는 우리나라 테레비 드라마가 최고 보기 편하단 말이다. 그나마 배두나 & 조승우 출연작을 고대하고 있긴 한데…얼핏 봐서 내용이 확 끌리진 않아서, 역시 큰 기대는 안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쩝.

그래서! 씨네큐브는 못 가지만 씨네큐브에 다닐 때였더라면 꼭 챙겨 봤을 법한 영화들을 주말에 두 편 보았다.

(BTW, 요새 왤케 씨네큐브 갈 수록 그리운지…정확히 말하면 씨네큐브를 상징으로 하는 서울의 문화공간이 좀 사무치게 그립다. 제주도는 작게나마 그런 공간이 생겨도, 막상 가 보면 어정쩡하게 흉내를 내었거나 자기네끼리 재미있으려고 오손도손 하는 곳들 밖에 없어서 뭔가 성에 차질 않고, 공간의 복합성이 많이 떨어진다. 씨네큐브에는 영화관도 있지만 그 주변을 떠올리면 함께 누릴 만한 것들이 떠오르니깐 아무래도. 하지만 이조차도 벌써 6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의 편린이라, 지금 그곳에 가면 헉 이렇게 변하다니 내 기억관 너무 달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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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먼저 말하면, 이 영화는 재미가 없었다. 법정드라마로서의 긴장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의 광주가 겹쳐지면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서사로만 보니까 좀 과대포장된 것 같다고 느낌.  2차 세계대전 나치즘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좀 더 팩트를 강조하는 쪽으로 사건을 환기 시키고 또 한편 우리의 일베처럼 그 팩트를 인정은커녕 적극 왜곡하는 무리들에 대한 경고 또는 일침을 주며, 혹시라도 헛갈려하는 현 세대가 있다면 이 영화로서 다시 한 번 ‘교육’ 되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으헝 재미가 없다. 그 메시지야 물론 다 수긍하고 있지마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울컥하게 되지를 않았네. 내게 영화란 아무래도 메시지 전달용 매체로만 소비되기엔 아까운 쟝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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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김옥빈 배우가 엄청 좋다면서 본인도 이런 역할 하고 싶다 했던 인터뷰 기억도 있고 트위터에서도 주인공인 제시카 체스테인에 대한 열렬한 지지가 있길래 궁금해서 봤다.

‘나는 부정한다’보다는 확실히 긴박감 있는 내용 때문에 재미있긴 했지만 이 영화 역시 군데군데 갸웃하게 되는 부분들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 내가 너무 완벽한 짜임새를 기대하는 걸까.

주인공 여배우의 연기력이랄까 엄청난 노력의 결실은 과연 괄목할 만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큰 매력은 못 느꼈다. 김옥빈 씨가 하고 싶다는 이유는 충분히 알겠고 본인의 최근 영화 ‘악녀’에서는 어땠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리하여 주말 내내 나름 선정해 본 우리만의 영화관 프로그램은 좀 실패. 이번 주말엔 ‘하우스오브카드 시리즈 5’도 보고 ‘단지 세상의 끝’도 볼 생각이다만, 뭐랄까 나를 몹시 흥분시키는, 잔상이 많이 남아서 잠을 못 이룰 정도의 그런 작품이 요새 안 보여서 좀 아쉽다.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 깊숙이 몰입할 에너지가 없는 걸까 싶기도 하고.

*

오늘은 출근길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 이동 중이라는 동료의 전화를 받고 아침부터 병원 들러 보고 온지라 내내 어수선한 마음이 걷히지 않는다. 스쿠터로 출퇴근을 하는데 좌회전하는 차량과 부딪힌 것. 다행히 다리 근육 파열 정도 선이라 크게 낙심할 정도는 아닌데도 한동안 고생할 생각을 하니 내가 다 막막하더라. 더불어 괜스레 주변 다시 돌아보면서 몸 사리게 되기도 하고 꼴랑 두 명뿐인 우리 팀 일을 당분간 혼자 하겠구나 싶으니 나 역시 좀 걱정스럽기도 하고. 후 – 어떻게든 되겠지. 우선은 빠른 쾌유를 빌고 있다.

*

이미 여름이 온 것 같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기가 가시지 않았을 때 두리랑 놀러가야겠다고 건에게 노래 노래를 불러서 지난 주말에는 겨우 해수욕장 산책 성공!

두리 멍충이가 공을 좀 삐딱하게 던졌더니 바닷속에서 찾지 못하고 털레털레 그냥 돌아와버려서 그걸 보시고 안타까워 하던 어떤 분의 도움으로 건졌다. ㅋㅋ 어려서부터 공을 좋아는 하는데 딱히 다른 개들처럼 집착하진 않아서 대충 물어다 놓고 내버리기 일쑤. 이런 식으로 테니스 공을 몇 개 해먹었는지 모른다. 요즘은 그나마도 귀찮은데 제 편에서 오히려 우리랑 놀아주려고 물어오나 싶기도 하고. ㅎㅎ 영감님 개라 뭐든 느긋 ~ 하시다.

한편, 그날 따라 우리가 자주 가는 한갓진 쪽 해변에 어린 소년이 있는 일가족이 자리를 잡고 폭죽을 터뜨리고 있어서 두리가 깜짝 놀라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웬걸, 리드 줄을 풀어주니 바닷가로 첨벙 들어가는 듯 하다가 곧이어 폭죽 가까이 냄새를 맡으러 갔다. 무섭다기 보다는 궁금하고 확인해야 할 존재로 생각한 게 기특해서 웃었다.

잘 놀고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려고 들어간 카페베네에서 기분이 엉망이 될 정도로 서비스에 실망했다. 온통 뜨내기들이 들락대는 해변가 카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손님이라고는 딱 한 테이블인데도 노골적으로 나의 주문을 귀찮아하고(내가 물어본 메뉴마다 그날은 준비가 안되거나 다 떨어졌다면서) 무성의하게 구는 (나중에는 대답 자체를 거의 안함) 알바님 때문에 오만정이 다 떨어져버림. 그저 단순하게 커피만 주문하지 않고 샌드위치 먹겠다고 이것저것 몇 마디 더 시킨 죄로, 제발 좀 닥치고 꺼져줄래? 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몹시 불쾌했다. 여러분 함덕해수욕장 가시거들랑 까페베네 말고 주변에 널린 다른 까페를 가거나 차라리 편의점에 가세요. (아마도 사장님이 제대로 처우를 안해주기 때문이겠지만) 알바님 서비스 관리가 1도 안될 뿐더러, 커피는 또 얼마나 맛이 없게요! (그 자리에서 화를 내고 싶었으나 두리도 밖에 기다리고 이래저래 참고 말은지라 아직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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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나서 헤헤헤 웃는 두리.

어제는 트이타에서 갑자기 대 유행이 된 어플을 깔아서 이런 것을 만들며 놀았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지, 인간의 얼굴을 이렇게 다다다 패턴 만들면 징그러운데 개 얼굴은 하나도 안 징그럽고 귀엽기만 하드라. 폰 배경화면으로 깔아놓고 흐뭇해하고 있는 중.

 

 

 

 

 

나도 정말 빡세게는 안 살고 싶다

김옥빈 보그 코리아 인터뷰 기사

위 기사를 읽고 김옥빈이 더 좋아졌다. ‘유나의 거리’ 작가를 떠올리며 정말 좋아하는 거라든가, ‘나는 그냥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한다든가, ‘나는 정말 빡세게는 안 살고 싶다’고 선언하는 거, 시원시원해서 보기 좋고 우리나라에 잘 안 보이는 여성 배우의 면모라서 좋기도 하지만 내가 평소 하는 생각이랑 겹치는 생각이 군데군데 보여서 더 좋다.

나에게도 살아가는 데 변함없는 가치관이라는 게 있다면 항상 딱 두 가지 뿐이라 여겨왔는데, 어쩜, 바로 그 두 가지가 겹치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정말 빡세게 안 살고 싶고, 다른 이들은 다들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살아도 모자랄 판국에 무슨 이런 나이브한 소리를 하냐고 꾸짖어도 할 수 없다. 그러고 살다가 늙어서 돈 한 푼 없이 어쩌려고 하냐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준대도 나는 어쩔 수가 없게 생겨먹었다. 이러쿵저러쿵 타자와 나에 대한 수많은 욕심 섞인 생각의 갈래가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내 바람은 아주 단순하게 저 두 가지로 압축된다는 점을 이제는 안다.

가끔 어떤 일을 좋아라 잘 해나가다가도 누가 나한테 좀 더 빡세게 악착같이 하라고 하면 나는 잘하고 싶었던 마음도 훅 사라지니까, 어쩔 수 없는 천성이구나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게 지내는 모습 보면 저절로 내가 힘드니까 그냥 다들 행복했으면 싶은 거다. 김옥빈의 말처럼 ‘그래 봐야 다 부질없다’고 나는 또 그렇게 멋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연애를 한다거나 새롭게 몰두하는 일이 생겨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그 기쁨과 행복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 보는 게 참 좋다. 그런데 본인한테 굳이 봐 달라고 전시하는 게 아닌데도 그 행복한 기운 자체를 질시하고 관종이라 욕하며 반드시 흠결을 찾아내려고 안달하거나,  상대도 나처럼 불행한 구석이 있다는 걸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의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나는 그게 가장 거슬린다.

물론 그 사람에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기운이 내게 직접 드리워지면 ‘앗 큰일이다’ 라는 생각이 우선 들기 때문에 얼른 피하고 보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어려서는 나 자신의 이런 면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사람과도 잘 지내려 하고 그랬는데 결국 나에게나 상대에게나 무척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고 이제는 느끼자마자 어찌 하면 자연스럽게 멀어질까 하는 궁리부터 한다.

겉으로는 으쌰 으쌰 출세지향적이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뭐든 닥치는 대로 하겠어 아무리 힘들어도 다 해내겠어! 에너지 넘치게 뛰댕기는 사람이라도 속으로야 빡세게 안 살고 싶은 마음 왜 없겠냐,  그렇게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 속 갈등은 출세욕과 권력욕 앞에서 아주 쉽게 봉합되는 현상을 꽤 많이 목도하기도 하니까, 역시 나와는 다른 천성을 갖고 태어난 이들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름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런 분들의 그런 욕심, 그 욕심에 부합하는 빡세게 살아내는 인생, 나도 말리지 않을 테니 그분들 역시 나에게 고나리질 하거나 같이 빡세게 살지 않는다고 괜히 트집 잡지 못하게 할 것,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혹여 생기면 바로 바로 정리한다. 그게 이 정글 같은 세상 속 나만의 생존 전략이라면 전략인 것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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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이는 스페인 여행 중이다.

보내준 사진을 올리자니, 주말에 수영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드네.

 

 

주말 복기

지난 주 내내 건과 나는 좀 힘들었다.

나는 회사에서 본사 외국인 손님들을 맞이해서 신경 쓸 게 많았고, 건은 건대로 연일 지속되는 야근에 지친 것도 모자라 목, 금 일박이일 워크샵까지 다녀와야 했기 때문.

평소 산책 시 리드줄을 전담하던 건이 매일 늦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혼자 두리를 데리고 나갔다가 사나운 개 세마리를 만나 흥분한 두리를 제어하지 못한 나머지 바닥에 자빠져서 여기저기 찰과상을 입고 멍이 든 사건도 있었고.

이래저래 시무룩하고 기운 빠지는 주중이었어서 주말에는 좀 잘 쉬고 재미있게 지내려고 했는데, 건이 아파서 거의 아무 것도 못했다. 건은 무리하면 바로 아파버리기 때문에 체력을 좀 키우도록 옆에서 도와야겠는데 이 방면으로 내가 너무 무지하다. 영양제 같은 거라도 사야 하는 건지…좀 고민이 된다.

당연히 쇼핑도 못해서 맛난 것도 해먹지 못했다. 레몬이랑 오렌지를 잔뜩 사고 맛있는 탄산수를 사서 수제 쥬스를 해 마시려 했는데, 못했다. 건이 아파도 내가 혼자라도 나가서 사면 될 것을, 발목이 묶인 것처럼 엄두가 안 난다. 이건 정말 문제지 싶어서 속으로 머리가 좀 복잡해지기도.

나이 들면서 제일 씁쓸하고 서글픈 경우가 이런 경우인가 싶다. 이제 뭐든 나 혼자는 못하겠구나, 체력과 능력이 저하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소위 패기라는 게 1도 없어져서, 웬만하면 하려 하기 보다는 하지 않으려 해서, 자꾸만 안 하면서 못 한다고 해서…결국 남에게 의존하고 마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경우. 건은 너무 그리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려서부터 삼남매 중에 자립심이 가장 발달했던 나로서는 이렇게 된 내가 너무 어색하고 싫을 때가 종종 있다.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에 청소랑 빨래랑 설거지, 두리 집 청소, 두리 털 빗기기 등등 닥치는 대로 집안일만 했더니 몸만 한껏 피곤해지고 마음은 하나도 밝아지지 않았다. 역시, 나는 살림을 해서 기분이 나아지는 사람이 아니야! ㅋㅋㅋ

그래도 조금 재미있었던 기억은 하린의 공연 라이브스트리밍을 본 것. 학교에서 아마추어들이 하는 거라 진행도 엉망이고 버퍼링도 장난 아니고 기대한 만큼 하린이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실시간으로 뭔가 본다는 게 좋았다.

 

그나마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봤으면 좋았으련만, 볼 게 없어서 넷플릭스 시청했는데 새롭게 시작한 미드도 영 별로였다. 지난 번에 ‘친애하는 백인들에게’를 봤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봐도 그렇고, 4화 이상 진도 빼게 하는 드라마가 너무 드물다.  아니면, 주인공도 소재도 연출도 맥락도 모두 마음에 들어야 전편을 보는 우리가 너무 까다롭게 드라마를 고르는 건지도. 그래서 사실 드라마 보다는 단발성 시사프로그램이 더 좋은데, 그게 또, 하아 – 볼 프로가 너무 없다. ‘스포트라이트’는 일요일 밤에 볼 거 없을 때 주로 보는데, 하아 – jtbc는 뉴스룸 빼고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구나 싶기만 하고. 썰전도 이제 뉴스나 트이타 통해서 다 아는 내용 말하니까 지루하고 (전원책 꼴보기 싫고 -_-;). 박미선 씨가 진행하는 까칠남녀가 최근엔 제일 좋았는데 이건 어째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불만 투성이로 출근한 월요일이라, 다다 님이 본인 블로그에 올린 시를 보면서 반성하고 하루종일 자중하려는 중. 이런 시다.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번거로워도 해 먹을 가치 있는 요리 – 버터밀크후라이드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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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French Turtle 이라는 와인바가 제주도 동쪽 끝 East End 식당 자매품으로 문을 열었을 때.

내츄럴 와인을 직접 골라 판매한다니 궁금하기도 했지만, 익히 아는 그곳 주방장 님의 요리 솜씨 때문에 안주가 기대되어서 열자마자 ㄸ 님네랑 달려가서 신나게 마시고 왔지만…ㅠ 집에서 1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가 엄두가 안 나서 이후로 근 1년을 다시 못 갔다.

최근에 점심식사로 맛있는 수제버거를 한다길래 간단히 식사도 할 겸 드디어 재 방문을 했는데, 낮시간이라 와인 조금만 마셔야지, 라고 다짐하고 가서 나름 적절히 마시기엔 성공했으나, 으헝헝, 아쉬워서 사들고 온 와인들이 너무 맛있어서 이거는 뭐 늪에 제대로 빠져버린 셈. 이후에 저렴한 이마트 공장 형 와인을 마실 수 있으려나, ㅠ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웠던 또 한 가지. 우리는 맨날 치맥만 마시지만 사실 치킨은 와인과도 기막히게 어울린다는 사실! 게다가 버터밀크 후라이드는 더 맛있다는 사실!

그리하여 도전, 구글에서 아무 레시피나 찾아서 했는데도, 오일이 모자라서 원래 넣어야 할 양의 반만 넣고 튀겼는데도, 그 맛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느니 – 여기에 공유하기로.

우선 재료 준비 들어갑니다.

우리에 비해 파우더 제품을 많이 쓰는 외쿡 레시피를 보면 이렇게나 많은 재료를 언급하고 있지만,

캡처.JPG

제가 누굽니까, 귀찮은 건 딱 질색 야매 요리 전문, 으흐, 그래서 실제로는 아래 재료만 썼어요.

  • 닭 한 마리 분량 (저는 마트에서 산 ‘뼈 없는 닭다리’ 발라 놓은 제품을 그냥 썼는데, 자르지 않아도 되어서 훨씬 간편하지만 부위 별 맛을 즐기기엔 좀 아쉽습디다).
  • 마리네이드 용: 우유 2컵, 레몬 1개, 소금 후추 약간, 로즈마리 약간 (화분이 있어서 따서 썼음), 오레가노 약간(예전에 사다 놓은 제품이 있어서 좀 뿌렸음), 밀가루 2컵, 포도씨유 웍의 반 정도 담길 양.

레시피가 워낙 각기 달라서 저도 제멋대로 대충 했습니다.

  1.  버터밀크 제조: 우유 2컵에 레몬 1개를 짜서 나온 즙을 (1TS 가득, 없으면 식초 대체) 넣고 섞는다.
  2.  1을 약 10 ~ 15분 정도 그대로 두면 몽글몽글, 걸죽한 버터밀크가 됨!
  3. 2가 되는 사이 닭을 잘 씻어서 소금(좀 짜다 싶게 뿌려야 맛있어염), 후추, 로즈마리, 오레가노로 마리네이드.
  4. 2를 3에 부어서 냉장고에서 약 30분 ~ 1시간 숙성시킨다. (하룻밤 넣으라는 사람도 있으니 오래 둘 수록 좋은 듯)
  5. 튀김옷 제조: 밀가루 2컵, 소금 1 ts (저는 없어서 못 넣었지만, 갈릭 파우더나 파프리카 , 카엔 파우더, 어니언 파우더 있는 분들은 다 같이 넣으셔요)
  6. 깨끗한 비닐 봉투 안에 4,5를 넣고 쉐킷쉐킷, 튀김옷 코팅이 잘 되게 한 다음, 하나 하나 털어서 나란히 널어 놓은 뒤,
  7. 깊숙한 냄비나 웍에 기름 콸콸 붓고 약 20 ~ 25분 튀깁니다. 정확한 온도는 잘 모르겠지만, 중약불에서 튀기면서 온도 너무 올라서 타겠다 싶으면 불에서 살짝 떼었다가 하면 큰 문제 없습니다.

그리하여 완성 샷!

바삭한 KFC 스타일 치킨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시도하시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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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무려 5일 연속 쉬고 출근하니 하루종일 쉼 없이 일하다 이제야 짬이 나는데, 일은 1도 더 하기 싫어서 블로그를 쓴다. 일은 다음 주로 다 미룰 거야.(라고 하지만 미룰 수 있는 것들만 추려서 미뤄 놨다. 으이그 이 넘의 노예 근성)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문득 잠깐씩 떠올리고 말고 떠올리고 말고 했는데, 어떤 관계 들이 청산된 이유랄까, 관련한 생각을 꽤 여러 번 했다.

소위 베스트 프렌드, 라는 것에 대해서, 소위 잘 통하는 친구에 대해서, 소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설에 대해서…그 숱한 오해와 이해가 엉클어진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떠올리면서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얼마나 실수를 더 해야 조금은 나아지겠는가, 따위의 생각 들을 했다.

마음과 별개로 실수는 거듭될 테고 때와 환경에 따라서 주변은 수시로 달라질 것이 분명하지만, 청산된 (또는 청산한!) 어떤 관계들은 두고 두고 생각해도 잘했다 싶다. 당시에는 그저 버거워서 또는 두려워서 라고 생각하며 머뭇거리다 끝나버린 관계도, 지금 돌이켜보니 그럴 수 밖에 없던 필연이 있다. 더 부여잡았어 봐야, 서로가 더 안 좋은 기억만을 가졌을 관계들.

그리고 오래된 관계에 대하여 – 씁쓸하지만 이제 인정해야겠다. 아무리 오래되고 깊은 관계라고 믿었어도, 상대가 자가 발전의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하면 나는 짜게 식는 유형인 것 같다. 정체되어 고여가는 모습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대화에서 재미를 느끼는 대신 연민과 피로감 만을 느끼다가 종래에는 관계를 거두고 싶어진다. 더 기다리는 미덕을 갖춰야 하는데, 인내심이 이렇게나 부족한 나를, 타인들이 먼저 내친다 한들 뭐라 변명의 여지도 없겠지, 라고 서둘러 친구 하나 없을 노년을 각오하기도 하고.

엄마 생각도 했다. 엄마에게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인데 시대가 시대니 만큼 결혼 후 각자의 생활에 매몰되어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을 뿐더러, 서른 살 만혼 이후 아빠의 병적인 태도로 인해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 뒤에는 띄엄띄엄 이어지던 만남조차도 아예 단절되기를 한참, 엄마는 결국 단절을 복구하는 데 실패했던 것 같다. 엄마가 친구를 집에 데려온다거나 나와 함께 친구를 만난다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셔서 우리끼리 있었다거나 하는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점점 혼자만의 취미를 쌓아갔던 모습을 지켜봤던 기억만이 오롯하다. 뜨개질, 독서, 클래식 감상, 식물 키우기, 노래 교실 다니기, 수영 다니기…수영을 빼면 모두 아주 잘해냈지만 내 기억 속 엄마는 늘 절대 고독 상태에서 자의식 자기애 과잉으로 살았다.

그랬던 엄마는 지난 해 이삿날에 아빠 혼자 이사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친구가 있는 지방 어디를 다녀온다고, 종일 걸릴 테니 자신은 잊어버리고 혼자 이사하라고 통보했다는 게 아빠의 전언이었다.

친구라곤 없을 텐데 대체 무슨 소릴까, 하며 의아해 하던 내가 하린에게 들은 진실은 역시나 아빠 말과 전혀 달랐다. 엄마는 아빠가 평생 금을 그어놓고 못 만나게 하던 소수의 친구들 중 그나마 좀 관대하게 대해 준 친구 이름을 나름 치밀하게 대놓고 시외버스를 타고 꽤 멀리까지 나와 손주를, 그러니까 하린을 만났다. 하린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낸 뒤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태워 드리고 돌아왔다고 했다.

여든이 넘어서 남편에게 오래된, 그러나 몇 년 동안 못 봐서 그리운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실은 그럴 친구가 없어서(아마도 엄마는 그 친구로부터 애저녁에 까인 지 수십 년 되었을 거다) 손주를 만나고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삶이란 (또는 남편을 그렇게라도 엿먹이면서 함께 살아야 하는 삶이란), 그 부자연스러움과 속박을 떠나서, 얼마나 “쓸쓸한가”, 그런 생각들을 연휴에 자주 했다.

어린 날, 엄마가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들어줘야 겨우 친구가 생겼던, 숫기 제로 자신감 제로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다. 이제는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하루만 더 버티면 연휴

희망,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는 4월이다. 5월 달력만 보면 기부니가 좋고, 이번 주는 특히 기부니가 좋으니 말이다. 보통 주초인 월, 화에는 세상 피곤하고 수요일에 잠깐 일 모드였다가 목요일 오후부터는 긴장이 풀리면서 또 세상 고단하다가, 이 한 주가 대체 언제 끝나려나 싶기 마련인데 이번 주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웬걸, 점점 더 기운이 차오르는 느낌이야! 이거슨 다음 주 1일부터 9일까지의 화려한 달력을 보면 차오르는 힘, 게다가 징검다리라서 5월2일에 연차를 냈기 때문, 다른 이유 없다. 다른 이유 만들 필요 없다. 직장인 모드일 때의 나는 언제까지나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지리멸렬한 인간이니까. 룰루루루.

대선, 기대감이 거의 바닥인데 심 후보가 토론에서 보여준 1분이 그나마 약간의 위안이 되어서 나의 표심은 이제 흔들릴 일이 없게 되었다. 그래도 왠지 마지막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만. (정의당 뻘짓 관련해서는 신뢰가 거의 없어서). 이번 대선은 후보들의 속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드러나고 능력부족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드러나는 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권교체만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던 그간 선거랑은 양상이 좀 다른 것이, BBK 나 5촌 살인사건, 국정원 댓글 알바 같이 흉흉하고 거대한 덩어리가 펑 터지지는 않는 가운데 한 명 한 명 자잘한 위선을 파헤치는 식으로 검증하고 있어서, 그리고 국민들이 거짓말에 조금은 더 예민해져서, 일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jtbc 대선토론에서 문 후보가 보여준 동성애 관련 답변은 그 어떤 말로도 되담을 수 없는, 무지의 소산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권력욕에 휘말려 이성을 잃은 자의 독선적 발언이었다. 이제 누군가 그에게 대통령이 되기에는 인품이 너무 좋은 분, 이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하면 그 말을 하는 사람조차 의심스럽게 바라볼 것 같다.

먼지, 요즘 내가 매일 체크하는 어플은 Air Matters 이다.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도 지정하면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사는지 비교하며 자학 중. 런던은 언제나 우리 수치의 1/3 정도 수치에 머물러 있고 때로는 1/5까지도 내려간다. 하린에게 물어보니 이런 런던도 꽤 이상한 거란다. 스모그로 사람이 막 죽어나가던 시절도 있었던 곳이니만큼 최근의 맑고 쾌청한 날씨에 다들 어리둥절, 이라고. 이상기후 현상의 일종이라고도 한다는데, 우리도 이런 이상기후 좀 맞아봤으면. ㅠ 어쨌든 이런 거 보면 겉으로는 아무리 나빠 보이는 일도, 찾아보면 수혜자가 있다.  제주는 요새 삼나무꽃가루주의보때문에 아침에 차를 타러 나오면 노란 먼지가 한가득 쌓여 있다. 문을 여는 순간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0-; 오늘 점심에는 그나마 나아서 조금 멀리 커피를 마시러 다녀왔다. (먼지가 심한 날에 호흡기 민감체질인 나는, 집 밖 어디도 못 나가겠을 만큼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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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 니가 제일이다. 암튼지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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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록

물결

하린이 꽤 오랜만에 작업한 산출물. 이번엔 드럼 치는 친구와 함께 한데다, 플리마켓에서 싼 가격에 득템한 장난감 키보드와 아이폰 슬로모션 사진 찍기 기능 등으로 작업 내내 아이디어를 더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언제나 그렇듯 나는 하린의 음악에 객관적이기 어려워서 무조건 좋기만 하고, 꾸준히 해나가고 있음에 역시 무조건적인 응원의 박수를 보낼 뿐. 이제는 데뷔라는 단어 앞에서 적지 않은 나이니만큼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왜 없을까마는, 언제나 재미있어 하면서 작업하니 그게 제일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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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씨가 워낙 변덕스럽고 최근 야근이 잦아서인지 건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고 나도 먹고 싶어서 금요일에 장어집에 갔다. +_+ 앞으로 기운 떨어지면 자주 생각나겠네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신나게 먹었고 다음날 건이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해서 기뻤다. 요즘은 새로운 맛있는 거를 건이랑 먹고 대 만족하면 그게 젤로 행복한 일 같다. 그만큼 소소하고 또 소소한 일상.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덕분에 (그러니까 장어 덕분에) 벼르던 봄 나들이를 가자고 건에게 제안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건은 늘 아직 괜찮다고 하는데도 나는 늘 두리랑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만 같아서 안달을 낸다. 날씨가 그나마 이렇게 선선할 때 한 번이라도 더 나가야지 싶어서, 또 한편으로는 1시간 이상 산책하고 오면 가끔씩 절뚝이기도 하고 고단해 하기도 하는 두리를 보면서 혹시 조만간 긴 산책은 어려워지려나 싶기도 해서, 주말이면 어떻게든 같이 놀아주고 싶고 밖에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만…건과 나의 컨디션이 둘다 좋아야 하고 날씨가 궂지 않아야 하고 다른 특별한 일이 없어야 해서 생각보다 여의치는 않았던 것.

이런 내 맘을 두리도 알아준 걸까, 어제는 날이 제법 후텁지근해서 두리한텐 덥고 지칠 만도 했는데, 나들이 내내 놀라울 정도로 힘찬 모습을 보여주어서 마음이 한결 놓이고 기분이 참 좋았다. 차를 타고 어디로 멀리 이동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내심 걱정이었는데, 전부 노파심이었던 걸로. 두리는 산책 내내 잘 먹고 잘 뛰고 잘 냄새 맡고 잘 싸고 풍덩 바다 수영 비슷하게 즐기기도 하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마음껏 자연을 만끽하고 왔다.

참으로 고마워라, 나의 ‘사건 없는’ 일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