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일기

동료가 좀 늦는다고 하니 마음이 급하다. 혼자인 시간을 더 즐기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일기를 쓴다.

지난 주말은 평범하고 안온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예상한대로 흘러가는 나날을 나는 너무 사랑한다. 이 고요함을 빼앗는 것은 무엇이든 다, 거부감부터 들고. (그래서 점점 친구가 없…….ㅠ)

토요일에 산책도 하고 장을 봐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좀 움직일 요량이었지만 지난 주가 워낙 고단해서였을까, 우리는 이내 꼼짝도 하기 싫어져버렸다. 이럴 때는 라면과 배달의민족으로서 시켜먹는 음식이 있지! 룰루 하면서 낮에는 진라면을, 밤에는 치킨을 시켜먹고 버텼다. 버텼으나…요즘 부쩍 소화력이 줄어든 위가 금방 더부룩함과 닝닝함을 호소한다. 이제 내 몸은 인스턴트/정크 음식을 점점 용납하지 않는구나, 늙어서 돈도 없고 힘도 없는데, 음식은 좋은 재료와 정성을 요구하는 육체라니, 이래서 늙으면 서럽다고 하는 건가, 잠깐 생각했다.

갑자기 하루키의 책 1Q84에 나왔던 노년의 여성이 떠오른다. 이름이 뭐였는진 모르겠고, 아주 조금 먹고 아주 단아하게 생활을 꾸려가던 그 뭔가 사이비 종교와 같은 단체의 수장.

그 여성처럼 조금 먹는 연습을 해야겠다. 대신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을 선별하고 맛있게 요리하는 법도 더 익혀야겠다.

*

토요일이 그랬으니 일요일은 조금이나마 움직이자, 노력해서 간 곳이 알라파파 빵집. 빵이란 좋은 음식 같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빵을 사고 수북하게 쌓아 놓으면 주변이 따스해지고 마음이 쉬이 풍족해지는 효과가 있다.

빵을 먹고 청소를 하고 (건이 하고 ㅎㅎ) 빨래를 하고 집을 깔끔하게 해놓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 루틴을 지난 주에 못했던 것이 꽤나 찝찝했던 모양.

딩굴대다가 영화 한 편과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2’를 보았다.

이미지 검색결과

이 영화를 왜 모르고 지나쳤는지, 분명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인데. (최근에야 종혁 님의 포스팅을 보고 알았다.)

영화는 약간 아슬아슬했다. 어떤 관객에게는 약간 지루하고 어떤 관객에게는 약간 이쁘장한 트렌디 영화로 보이고 어떤 관객에게는 너무너무 좋은 그런 영화로 비춰질,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는 영화. ‘니 영화는 이런 영화야’ 라고 규정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달까, 보는 내내 자꾸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 속의 ‘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즐거움을 십분 충족했기에, 시종일관 인간을 졸졸 따라다니며 눈빛만으로 완벽한 교감을 이루는 그 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대 만족. 아름다운 개였다. 그래서 이 감독의 다른 영화 ‘우리의 20세기’도 보고 싶어졌다. 존재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연출, 그 따스함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기묘한이야기 시리즈는 처음부터 온전히  킬링타임 용으로 선택했던 시리즈라 2가 나와서 전 세계가 들썩이는 가운데에서도 그닥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역시 일요일 티비 프로그램이 볼 게 하나도 없는 가운데  킬링타임 용으로 한 두 편 보자니, 어어?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역시 기대가 높지 않았기 때문일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걸 밤에 보고 자니 밤잠을 깨나 설친다는 것. ㅠ 나의 무의식은 너무 정직하고 단순하다. 다음에 볼 때는 일요일 밤은 반드시 피할 것. 월요병에 치명적이다. (어제 하루 종일 졸리고 눈 아파서 엄청 괴로웠다는 뜻)

 

이외 볼 거리로는 역시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제일 웃고 즐기기 좋기는 한데, 복남이 때문에 스크래치 난 이후로 약간은 시들해졌다. 물론 아직도 여타 드라마보다 재밌기는 재밌지만 비밀의 숲 볼 때처럼 연신 박수만 치기에는 초큼 뭔가 부족하달까 엉성하달까. 점점 이야기가 로맨스로 흘러가는 꼴을 내가 도저히 못 견디는 데도 원인은 있겠지만. 암튼 초창기 나 혼자 열광할 때에 비해 지금은 띵작이라며 열광하는 팬덤이 생겨났고 그들의 반응을 보자면 자꾸만 ‘으음 이 정도는 아닌데….’ 싶은 것.

그나저나 비밀의숲 2 제작이 확정되었다니 기쁨! + 혹시나 1보다 못하면 어쩌지 벌써 걱정! 배두나 & 조승우 그대로 갔으면 하는데 아니면 어떡하지 또 걱정 ㅋㅋㅋ

그래도, 갈수록 새해 맞이 기대가 없는데 내년을 기대할 일이 그나마 하나라도 생겼으니, 이것으로 되얐다. 제작진 여러부운, 무조건 땡큐입니다 잘 만들어주세요 열심히 보께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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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록 이제서야

벼르던 루시드 폴 공연에 갔다.

그가 제주에 산 이래로 몇 번 공연을 열었다고 알고는 있었으나 선뜻 표를 예매하게 되질 않았다가, 이번엔 앨범을 미리 구매하기도 했고 공연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갈증도 있어서 쉽게 결심.

생각보다 매니아 층의 참여율이 높아서 꽤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좌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고 그만큼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혹시나 졸리면 어쩔까 싶었지만 때때로 눈물까지 찔끔거려가며 노래하는 사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파되는 조용하고 단정한 공연장 분위기를 만끽. 이렇다 할 연주도 없었고 이렇다 할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이 또한  딱히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아서, 와 이 사람은 이런 면으로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다시 한 번 깨닫기도 하고.

돌문화공원은 호오가 갈리는 장소겠지 싶다. 나는 이제껏 두 번을 갔는데 두 번 다 좀 으스스한 느낌을 받아서, 돌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관광객이 아닌 이상 그렇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이번에도 역시나, 공연장까지 가는 길이 어둑하고 추운데 불빛이나 표지판 또는 안내판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혼자 왔다면 좀 무서웠겠다는 생각까지 든 걸 보면 내가 유독 쫄보거나 공원이 유독 불친절하거나 둘 중 하나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이 정도 유명세가 있는 사람의 이 정도 규모 공연을 할 장소를 굳이 꼽으라면, 사실 이곳 외에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문화 공간이나 혜택의 측면에서 보자면 제주는 여전히 불모지에 가깝다. 큰 공연장은 한 두 군데 있는 걸로 아는데 대중가수의 공연을 하기 걸맞은지 모르겠고 호텔의 연회장을 빌려 하는 경우에는 의자라든가 구성이 극장식이 아니라 불편하고 콘서트라기 보다는 쇼 구경의 느낌이 난다. 작은 카페라든가 공간을 만들어 뭔가 소박하게 퍼포먼스를 하는 곳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 대체로 전문성이 너무 부족해서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내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해서 이제는 기대가 없다. (게다가 그런 곳에서는 공연을 하는 쪽과 보는 쪽이 잘 아는 사이이곤 해서, 친목질의 분위기가 완연하고 나는 그 친목질도 싫고 안 친해서 뻘줌하게 있는 것도 싫어서;; 자연히 발걸음이 멀어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오랜만의 공연 관람이라 나는 좀 설레기도 하고 보고나서 뿌듯하기도 했는데, 건은 아니었다. 컨디션이 본디 안 좋았는데 숨기고 갔다가 더 안 좋아졌고 다음날까지 몹시 괴로워하여…..결국 나도 괴로웠던 주말.

우리는 둘이 꼭 붙어 지내는 만큼 한 쪽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게 그대로 전염되는 양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참 안 그랬으면 하는데도 억지로 바꾸기란 영 불가능한 듯. 잠시나마 좀 떨어져 있으면 나으려나 싶다가도 괴로워 베베 꼴 망정 또 붙어있고 싶으니, 휴 – 생긴대로 살자, 뭐.

부디 우리 둘의 이 뾰족한 성질머리를 감당할 정도, 딱 그만큼의 건강은 오래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

힘이 들지만 나아갈 것

잊고 지내다가도 가끔 깜짝 놀랄 만큼 수중에 모아둔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끔이니 다행이긴 한데 이런 깨달음은 항상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싶을 때 오니까 그게 문제라면 문제다.

잠깐이나마 번역 프리랜서로 지내본 적도 있지만 나처럼 적극성이 부족한 사람이 할 만한 직업이 아니지 싶어서 돌아갈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또는 예전의 나의) 선입관과는 달리, 프리랜서가 꾸준하게 일을 받으려면 실력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함은 기본이요, 인맥도 잘 관리해야 하고 소위 자기 피알도 잘해야 하고 당장은 관련이 없는 사람이나 조직 등도 쫓아다니면서 여기 저기 침도 좀 발라놔야 되고 …아무튼 수많은 내게 부족한 자질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우쳐서 다행이긴 한데 이런 깨달음, 좀 빨리 어린 나이에 왔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늦어도 너무 늦은 깨달음인데) 내 성향으로 가장 잘 맞는 직업은 연구직이나 행정사무직 또는 (공부를 잘했다면) 판사 같은 것이다. 즉, 지식을 잘 배운 뒤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하거나 일반 사회에서는 통용(또는 요구)되는 요령 따위 필요치 않은(또는 부리면 안되는) 곳이 적합했을 것 같단 생각. 적어도 일할 때 내 ‘마음’이 좀 편했으리라는 생각. (과학자도 하고는 싶지만 머리가 나빠서 이건 애당초 말이 안되고).

이 나이에 이런 이야기나 하고 앉았게 된 데는 내 주제에 뭔가 창의력 또는 상상력 따위가 필요한 일들을 전전해 온, 주제파악도 잘 못하면서 이것저것 너무 실행력 있게 죽죽 시도해 온 즉흥적인 성격 탓이 가장 크다. 항공사 다니던 시절 친구따라 갔던 타로점 아저씨 말이 맞는데. 매일 전화 받고 예약 받고 비슷한 일을 하지만 약간이나마 남을 돕는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 일이 적성에 맞았구만, 그때는 왜 또 그리 염증을 느끼고 옮기고 싶어서 몸부림치고 그랬는지. ㅉㅉ 에너지가 남아돌았나 보다.

각설하고,

회사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상상력 부족한 나로서는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정치 싸움이나 유치한 자리 싸움 따위에 어버버 하다가 희생될지도 모른단 생각 때문에 며칠 괴로웠다. 그냥 내 할일 제대로 해내기만 하면 자리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너무 순진무구하다 못해 한심한 생각임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결국 맞닥뜨리게 되니 잠깐 아득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판단이 잘 서질 않았다. 죄없이 희생되는 것이 억울하거나 분하다거나 두렵다는 감정적 문제는 금세 사라졌지만, 이렇게 따박따박 급여 나오는 일자리를 잃게 될까 봐, 다시 또 ‘구직’을 해야 할까 봐서 무언가 대책을 세우긴 세워야겠는데 생전 안해본 분야의 생각을 하려니 머리에 쥐가 났던 것. 머리로는 해고는 살인, 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면서도 정작 IMF 때 다니던 회사가 아예 없어져버렸는데도 그런가 보다…하며 무감각했던 나를 돌이켜볼 때 이것은 정말 큰 변화다.

신체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제는 통역안내원이라는 파트타이머 일을 시작할 때 만큼의 기력도 남아 있지 않다. 무언가 새로이 해야 하고 새로이 구해야 하고 그러면서 돈이 적은 것, 그것을 다시 할 자신이 좀체로 안 생긴다.

어찌 되었건 매일 아침마다 불안한 가슴 부여안고 출근하는 짓은 일단 그만할 생각이다. 나와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면 눈 닫고 귀 닫도록 노력하고, 직접 관련된 일은 그때 그때 닥치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대응하는 수 밖에 없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올 때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내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는가, 뭐 이런 생각을 주로 하면서, 아무튼 나는 ‘회사’를 계속 다닐 거다! 다닐 거다! 다녀야 해! 현재 목표는 이거 하나 뿐이다, 휴 – .

 

올해도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2017년도에 가장 뼈아프게 깨달은 점은,

내가 약간은 유능하다고 착각하며 일해왔다는 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요령 안 피우고 시한 내에 해내면, 그게 유능한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사회 초년생도 아니면서 이제야 그 착각 깨우치는 게 쪽팔리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서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이제 알았으니까 더 열심히 하….지는 않을 거고, 주제파악을 잘 하고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자세로 임하면 되겠다.

이러고도 또 잊어버릴까 봐 블로그에 기록함.

지난 주말에 보고 들은 것

연휴 때는 어떻게든 나갈 궁리를 했어서 그나마 차 타고 멀리도 가고 그랬는데, 우리가 누구냐 1주만에 집순집돌로 잽싸게 돌아와 지난 주말에는 정말 아무 데도 안 나감 ㅋㅋㅋ (스프 만드느라 건이 우유 사러 잠시 나갔다 온 것 제외)

집에만 있어도 왤케 할 것 많고 놀 것 많은지, 시간이 슝슝 너무 잘 흘러가서 일요일 밤에는 여지없이 놀람과 우울의 늪으로 곤두박질 ㅠ 이 패턴 정말 지겹구나.

아무튼 안 까먹게 기록 시작.

영화

이미지 검색결과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올레티비에서 2,500원이길래 그냥 봤다. 내용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영화적인 구성으로는 너무 무난한 다큐멘터리. 특별할 것은 이제 없다. 다만 예전에는 훨씬 더 음모론에 가깝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덜 그래 보이는 정도로 우리 사회 환경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긴 함. 근데…..영화라는 게 모름지기 비쥬얼의 세계인데….주진우 기자님의 패션 취향이 나랑 너무 달라서 ㅠ 계속 보려니까 좀 많이 힘들었;;;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빨리 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ㅡ 몬쥬알지.

그리고 일요일에는 넷플릭스로 COSMOS 다큐멘터리 시리즈물을 봤다.

링크는 여기

으어어, 웬일, 1편만 보고 하품 쩍쩍 하다가 잠들 줄 알고 봤는데 건이나 나나 심지어 재미있어서 3편까지 주루룩 봤다. 칼 세이건 님 역시 저력이 대단하시다. 다큐 자체의 연출은 너무나 미쿡적이라서 음악이나 나레이션 좀 수퍼히어로 물 같고 웃긴 면이 있긴 한데 내용이 우리들 대중 눈높이에 잘 맞춰져 있어서 이해가 쉽고 비쥬얼라이즈가 잘 되는 게 굿 포인트. 지루할 만 하면 정통 사이언스랑 약간은 떨어진 에피소드 슥 집어넣어서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게끔 세심하게 조절해놨다.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했지만 단 한 줄도 제대로 안 읽을 게 뻔해서 (그런데 가격은 비싸서) 안 사다가 이거 보니까 왠지 막 뭐 아낀 거 같아서 더 유익한 기분이 든 것 같다. 13화까지 있는데 일요일마다 보면 금방 다 볼 것 같지만…….과연? ㅎㅎ

드라마

요즘 전반적으로 티비가 재미없다며 한탄하던 가운데, 채널 재핑하다가 걸린 두 개의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몹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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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드라마에 요구하는 모든 요소가 다 충족되는 드라마다.  1) 남주, 여주가 싫지 않아야 하고, 2) 조연 캐릭이 살아 있어야 하고, 3) 오글대는 연애 스토리가 많지 않아야 하고, 4) 젠더 감수성이나 인권 감수성이 바닥이지 않아야 하고, 5)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워야’ 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게다가 저 고양이는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지! 너무 예쁘고, 너무 연기 잘하니까 금상첨화 보는 내가 기부니가 조코요. (어쩌면 이민기 배우가 진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닐까 싶을 만큼 완전 자연스럽다) 어제 3화에서는 여성들이 사회생활 하면서 숨쉬듯 겪는 성 차별과 미소지니 + 성추행 미수에 대한 주인공 및 조연의 대처 방법이 묘사되었는데, 와 진심 감탄했다. (‘청춘시대2’에서 우리가 기대한 게 이런 거였다고요! 으이그) 작가님이 일본 드라마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어서 떠들썩한 모양이긴 한데, 그래도 막영애 피디님의 연출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 건지, 어설픈 표절 드라마의 얄팍함 보다는, 도리어 탄탄하고 쫀쫀한 느낌을 받았다. (표절 논란 기사 보기 전부터도 이 드라마는 왠지 일본 냄새가 난다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구나 잠깐 생각했을 뿐, 상관없이 재미나게 보고 있다)

플러스, 남주의 몇몇 대사는 마치 건이 읊은 대사인 듯 유사하고, 극 중에서 중요시하는 또는 우선시 하는 가치들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 유사해서 감정이입하기가 매우 수월. ㅋㅋㅋ (예. 여주가 결혼을 채근하는 부모의 심정을 대신 옹호하자 남주 왈, ‘그거슨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니라 결혼을 빌미로 자신이 부모된 입장에서 지니는 욕구를 완성하려는 이기심일 뿐이지요’ – 정확치는 않으나 이런 요지로 말함)

부암동 복수자들 드라마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어쩌다 보니 월,화,수,목 다 tvN만 보게 생겼다만, 사실 공중파 드라마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지 한참이라;; 뭐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드라마 애청자들에게 당연한 결과라 본다. 전 회를 꼬박꼬박 챙겨 보진 않았는데 2화를 다 본 소감으로는 앞으로가 더 재미있어질 듯. 라미란 배우님 역시 중심 팍팍 잘 잡아주시는 연기에 이요원 배우님 ㅠㅠ 방부제 미모와 몸매, 보기만 해도 기부니가 조흔 것. 내가 동서고금 남녀를 막론, 비쩍 말랐다 싶은 외모를 선호해서인지 완전 워너비, 그냥 모든 씬이 화보다.

팟캐스트

Scienceish

맨날 듣는 팟캐가 좀 지겨워져서 추천하는 거 뭐 있나 보다가 발견한 과학 관련 팟캐스트. 내 계정이 영국 계정이라 싸이언스 쪽으로 그쪽에서 가장 인기 좋은 것을 추천해줬는데, 꽤 어렵긴 해도(게다가 영어 ㅠㅠ) 접근 방식이 매우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들었다. (약 50% 정도만 들렸;;지만) 내가 들은 화는 영화 이터널선샤인에서 인간의 기억을 의도적으로 일부 제거하는 부분을 모티브로 하여 시작하는 이야기.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봤어선지 나처럼 기억력이 없는 사람도 들으니까 다 기억이 다시 나더라. 짧은 에피소드 내에서 최신 관련 연구 결과까지 요약해주니까 이 쪽으로 공부하려는 (예를 들면 하린군) 학생들이나 약간 흥미를 가진 일반인에게 아주 유용하게끔 구성이 짜임새 있고, 두 명의 화자도 듣기 좋은 목소리 + 적절한 유머 구사 능력 + 적절한 지식 레벨의 소유자라 여러모로 근래 드물게 좋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의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컨셉이랑 유사한 듯. 앞으로 갑자기 영어 공부나 과학 공부 하고 싶어지면 들을 생각. (그런 날이 근 미래에 올까요…………….?)

음악은 이거다 싶은 게 요즘 별로 없다. 루시드 폴의 새 앨범 + 책 세트를 예약구매했는데, 제발 좋기를. 다가오는 공연까지 벌써 예매했기 때무네, 음악이 별로면 공연도 가기 싫어질 공산이 크니깐. 책은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긴 하다. 경험상 이런 분의 글은 블로그로 짧게 읽을 때가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역대 최장 연휴 기록

 

 

캡처

지난 9월 29일 건과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일심동체가 되어 ‘2017년 인생에 두 번 없을 긴 연휴를 위한 일정’을 짜느라 종일 여념이 없었다.  (인생에 두 번 없을, 이라는 말은 결과적으로 과장이고 팩트가 아니지만, 저러한 제목을 붙인 건의 센스에는 박수를 보냄)

나는 식단과 조리법을 며칠 간에 걸쳐 엑셀에 정리하고 있었고, 건은 29일에 피치를 올려 놀러 갈 만한 곳이나 식단에 대한 제안을 만들어 본 것이다. (항상 그러하듯, 뭘 하거나 뭘 먹는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가 했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런 놀이 일정을 짜는 자체가 설레고 재미있었음)

열흘이라고 길다고들 했지만 막상 일정 짜다 보니 밀린 살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데도 가고 할라믄 그닥 길지 않더라. -> 결론: 우리는 열흘 이상 쉬는 것에 더욱 익숙해져야 하고 (인생에 두 번 없을은 무슨, 인생에 수도 없을!) 한국인의 연차휴가는 형식적으로나마 이제 적어도 20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연차휴가 그게 먹는 거냐, 라며 야근 밥 먹듯 하시는 분도 많고 얼마 전 뉴스에서도 평균을 내면 연차휴가 사용일이 아직도 한 자릿 수라고도 나왔지만, 형식적으로 15일에서 20일로 확 늘리는 거는 나름 획기적인 변화의 시발점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여,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중에 이것부터 젤 먼저 하면 안될까)

계획을 잘(?) 짜놓은 덕분인지, 수영장 가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을 예정대로 다 해서 참 뿌듯했고, 고추장 만들기에 실패한 것을 제외하면 만들어 먹은 요리도 다 성공해서 더욱 뿌듯.

그 가운데서도 연휴 첫날부터 엘지트롬건조기를 지른 일은 참 잘했다 싶다. 1) 빨래를 하고 널고 말리는 모든 과정을 도맡아 하느라 항상 주말 기상예보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했던 우리집 살림꾼 건 씨의 노동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고, 2) 먼지 알러지로 서른 무렵부터 고생해 온 나에게 꼭 필요하기도 했고, 3) 대체로 습기가 많은 섬인 제주에서 뽀송한 옷과 이불을 유지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예상보다 훨씬 만족도가 크다. 또 할부의 노예가 몇 달 간 되어야 하는 점은 아쉽지만, 이러려고 돈 버는 거 아니겄나. 아끼면 똥 된다는 평소 생활 신조에 따라, 벌써부터 거의 매일 빨래하며 매일 돌리며 아주 잘 쓰고 있다. (이래서 김생민 씨의 스튜피드 어쩌고 하는 절약 권장(?) 프로그램 우리는 안 봄. 몸이 편한 게 최고다, 도구가 있으면 무조건 도구를 쓰자, 또 같은 값이라도 이쁘면 비싸도 그냥 사자, 등등 시종일관 일점호화주의로 사는 우리랑 가치관이 너무 안 맞아;; 보고 있으면 홧병 남 ㅋㅋ)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이스트엔드에 가서 거한 점심을 먹고 바로 옆 프렌치터틀에 가서 추천해주신 내추럴 와인 4종을 갖고 온 것도 참 잘했다. 아니 제일 잘했다 +_+ 아아 연휴 내내 이 4종이 전부 너무 맛나고 모든 음식과 어울려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좋은 술이 주는 단말마 적인 쾌락 너무 커서 좋다. 일희일비 지금의 쾌락이 중요한데 돈은 없는 우리에게 딱이야.

이렇게 기록을 해 놔도 며칠 안 가 뭘 먹었는지조차 잊어버리길래 이번에는 트위터에 타래로 영상 기록을 올려 두었다. 아무도 관심 없을 기록이지만 우리끼리는 몇 번이고 보고 또 보면서 연휴 내내 이러쿵저러쿵 소소한 수다를 떨며 재미있게 갖고 놀았다.

 

 

 

 

 

케 세라 세라

요즘 하도 일이 안 풀려서 ‘될 대로 되라지’, 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저렇게 써놓고 나서 뭔가 찜찜하여 찾아 보니 역시…..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대부분 que sera, sera (케세라세라) 의 뜻을 ‘될대로 되라’ 라는 뜻으로 알고있지요.

심지어는 네이버 어학사전에도 ‘될대로 되라’ 로 나옵니다.

그런데 서반아어를 전공했다는 아는 후배의 말을 들어 보니 뜻이 일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 의역이 되었고, 그 것이 그대로 한국에 전해졌다고 하더군요.

원래 의미는 ‘무엇이 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참 다른 느낌이 됩니다.’

[출처: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7601593%5D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는 도리스 데이의 1956년 곡이다. 같은 해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의 주제가이다. “Que Será, Será”는 스페인어 문장으로는 비 문법이며 스페인어로서 사용된 역사도 없다. 2004년에는 미국 영화 주제가 베스트 100에 선정되었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Que_Sera,_Sera_(Whatever_Will_Be,_Will_Be)]

스페인어 모르는 내가 위 두 가지 설명을 놓고 결론 내리자면 비 문법, 즉 문법적으로는 딱히 말이 안 되는데, 히치콕 감독님이 영어를 스페인어로 좀 멋지게 바꿔놓고 마침 그 영화 음악이 크게 히트를 친 바람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번역을 주 종목으로 삼는 나로서는 어쩌다 한글 뉘앙스가 될대로 되라, 가 되었을지 익히 짐작이 간다. 문장 그대로 보면 한국인 특유의 체념이랄까 한이랄까 그런 정서가 들어가서 잘 된 번역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만 영어 원문을 보면 체념 보다는 오히려 운명론 적이나 의지 가득한 느낌이라서 오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뭣보다 ‘될 것이다’가 ‘돼라’ 는 명령어미로 끝나는 바람에 완전 반대 느낌이 된 만큼, 그냥 ‘어차피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게 마련이다’ 뭐 이렇게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헛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써놓으면 원문에 비해 완전 하나마나한 말 같잖아. -.-

아무튼!

지금 내 마음이 그렇다. 근 2주 간 개똥 같은 일을 주워서 그럴싸 하게 만들었는데 막판에 의사결정자가 갈대와 같아져서 이제 나는 케 세라 세라 자세라는 말씀. 될 거면 되겠고 안 될 거면 안되겠고, 나는 여기 사장도 오너도 아니고. 내 이름 좀 알려져서 망신살은 있지만 뭐 사람들이야 금방 잊으니까. 이러고 그냥 멍 때리고 있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그렇지 암암. (이러면서 속으로는 아직도 부글부글 ㅋㅋㅋ)

맥락과 다른 뜬굼포 사진의 주인공은,

주중 바쁜데도 만들어 먹은 마늘 장조림과 듀벨 맥주.

마늘장조림 간단하고 맛있어서 다음에 시간 날 때 여기 기록해 둘 예정이며, 듀벨 맥주 750미리 저 병은 이마트에 또 있으면 냉큼 쟁여 놓을 거다. 무려 1만원 넘는 비싼 에일 맥주이긴 하지만 (이 맥주 때문에 에일맥주의 정의까지 다시 찾아봤다) 내 입맛에는 지금까지 마신 맥주 가운데 가장 착 달라붙는 최고의 맛이라.

휴 – 주절주절 해봤지만 역시 기운이 나진 않는다. 주말에 잘 놀아야겠다.

밥벌이

솔직히 십년 전만 해도, 몰랐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회사 다닐 줄은. 뭐 대단하게 모으고 벌어놔서 그럴 거라 믿은 게 아니라 스스로 너무 게으른 성격임을 알기에, 게다가 그다지 사회생활을 잘 하는 쪽이 아니라서 직장생활 같은 거는 사십 대 중반에 끝낼 수 밖에 없으려니 그런 나이브한 기대 섞인 생각 쪽에 가까웠다. 사십 넘어서 어디 구직해 봐야 나같이 딱히 전문직도 아닌 사람 뽑아나 주겠나 하는 나름의 현실 인식도 있었고.

그런데 그 사이 시대가 변하고 나는 계속 돈이 없어서 결국 이렇게 직장생활을, 그것도 무려 제주도에서 하게 되었다.

뭐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자체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문제가 조금 있다.

우선 체력이 갈 수록 비루해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서 운동이라든가 뭔가 자기관리 같은 걸 해야 하는데 안하는 게으름이 첫째 문제,

둘째 문제는, 게으른 주제에 성격이 제법 깐깐한 직장인으로 진화해서 근면 성실의 아이콘이 되어간다는 점. 즉, 가장 지양해야 할 꼰대 직장인의 상에 가까워 지고 있다. ㅠ

이렇게 된 데에는 다양한 연유가 변명 거리가 있다.

우선 동료 가운데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먼저 움직이거나 자기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ㅠ , 참 어디 내놓고 말하기 뭐한, 그런 이유가 크다.

직장이란 곳의 특성상 오너가 아닌 이상 자기 회사처럼 열심열심 고민하고 닥치는 대로 일하고 (게다가 그래 봐야 월급 더 주지도 않는데) 그럴 사람이 없는 게 너무 당연하지, 머리로는 잘 아는데 나는 매번 업무를 너무 후딱 다 하고 벌써 다음 일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누군가 뭔가 해주기로 한 날짜에 연락이 없으면 기다리지 않고 내가 또 먼저 연락하고 있어….ㅠ 그 무섭고 멍청한 ‘내가 안하면 누가 하리’, 병에 걸려서 모든 사람이 제 때 제 할일을 안할까 봐 좌불안석. 그러다가 자업자득인 줄 알면서도 뭔가 억울한 심정에 불만이 누적되어 이제는 슬슬 폭파 직전의 상태.

그렇담 그냥 여기서 벗어나서 얼른 다른 수단으로 벌 궁리를 해야 하는데, 으아, 그게 너무 귀찮다는 것이 또 다른 큰 이유다. 이직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수단을 (번역이라든가) 적극적으로 강구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한 마디로 ‘새로움’이 싫은 것이다. 언제나 지나친 호기심이 문제라고 스스로 생각해왔기에, 이렇게 새로움을 싫어하게 된 내가 참 낯설다.

마지막, 심리적인 이유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실은 ‘좋은 사람 컴플렉스’ 같은 게 있어서 이꼴이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 않은 이상, 누군가 일적으로 부탁 또는 요청했을 때 그것을 거절하자는 생각이 우선 안 나고 받고나서 하다 보면 어? 이거 내가 왜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있지 싶은 뒷북 스타일이랄까.

시간이 남아 돌면서 또는 능력이 충분히 되면서, 부러 나는 절대 그런 거 할 줄 모른다고 연기하는 사람들을 나도 안다(나와 일년을 함께 지내고 떠난 비서님은 영어과 출신이지만 스피킹 라이팅 안된다고 해서 당시 관련 일은 모두 내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나보다 스피킹 잘하는 것 같았지). SNS 등지에 돌아다니는 글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신입사원이 되었을 때 필히 그런 연기를 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완전 호구 잡힌다고 지레 교육(?) 시키는 글도 많다. 조금만 잘하는 걸 보여도 악용하는 인간들이 워낙 많으니 당연한 반응이지만…나는 이런 태도가 솔직히 못마땅하다.

할 줄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 한 다음, 지나친 요구를 받으면 힘들다고 말하는 그런 과정을 함께 할 동료란 언제 어디서든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정해진 분량의 일이 있는데 저런 연기 때문에 누군가는 놀고 누군가는 더 일하는 상황이 불공평하다고 (너무 FM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유리한 처세임을 알아도, 그 동료를 비난할 수 없어도, 나는 좀처럼 그런 스탠스를 따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실 그 사람이 연기하는 거 주변에서도 다 알기에 장기적으로 좋은 레퍼런스를 쌓기란 어렵다는 점에서, 본인에게도 그닥 유리하다고 생각 안 한다. 직장 상사라고 그것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바보는 아니예요…..그냥 속으로 쟤는 얍삽하구나 생각하고 마는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아까 저 비서님이 어디 또 들어갈 때 누군가가 레퍼런스 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매우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것이다, 분명.)

여기까지가,

호의가 지나치면 호구인 줄 안다고, 중요하고 급한 일일 수록 상대방 애를 좀 먹이라고, 좀 기다리게 두라고, 빨리 답하지 말라고, 그래야 이제껏 우습게 봤어도 이후부터는 나를 소중하고 어렵게 여긴다는 조언을 참 많이 들었지만 좀체로 실천을 못하고 있는 이유들이다.

그냥 이렇게 살다 가야지 뭐 어쩌겄어.

*오늘은 하린이 오는 날. 골치아픈 회사 일일랑 이제 그만 생각하고 저녁 맛있게 먹을 궁리나 하자. (그나마 이렇게 단순한 성격이니 참 다행은 다행.)

힘겨운 날들

날들이 한 날 한 날 힘겹게 흐른다.

제주의 늦더위는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고 동료들 가운데 누군가는 여전히 이유없이 누군가를 음해하고 나는 여전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허우적대며 그때 그때 급한 일들만 해치우면서, 일상을 좀처럼 평화롭게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 바쁘지는 않은데 마음 한 켠이 불안한 찜찜함도 좀체로 사라질 기미가 없고.

지난 여름이 혹독했던 만큼 한 큐에 쉬 걷어낼 만큼 만만치가 않은 모양이지, 9월은 그렇게 갈 모양인가, 그러고 말기를 몇 번. 중반에 접어드니 상당히 지친다. 휴우.

주말 복기도 그래서 예전만큼 행복한 기분으로 하기가 힘들다.

무엇을 했드라…요리랄 것도 없는 음식 몇 가지를 해 먹었고 산책을 겸해 간단한 외식을 하기도 했다. 외식 한번 하려면 따져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아서 차라리 집에서 해먹는 편이 나은 줄 잘 아는데도 막상 해먹으려면 또 아이디어나 힘이 딸리는 악순환의 반복. 두리가 없으니 한결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이러는 건 아마 깊은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무려 금요일에 휴가까지 내고 쉬었는데도!). 억지로라도 힘을 내어 유쾌한 설정을 하자면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갈 사람이 필요한데 건은 그럴 만한 존재가 못 된다. 그런 맘을 먹자면 나보다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모드 전환이 어려운 사람이라. 어쩌지….손가락을 빠는 동안 금세 저녁 해가 지곤 했던 주말이다.

한편 어제는 건의 친구 가족이 서울서 놀러왔다. 재작년인가 이후로 모처럼 만났는데, 그 가족의 아들인 4학년 아이를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졌더랬다.

지나가는 말처럼 건이 제안했던 ‘공동육아’를 정말로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아이는 착하고 부모 말을 잘 듣는 편이고 천성이 섬세하고 다정다감해서 보고 있자면 쉽게 정이 솟는 타입이었는데도, 약간은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생긴 근간을 따지고 보면 아이 자신의 탓이라기보다 아이가 처한 환경, 즉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평균의 학교를 다니며 평범하게 자라는 중이라 그런 것일진대, 우리같은 나이 많은 주변인 또는 타자로서는 제대로 그 근심의 실체를 알지도 못하니 답답하고 왠지 걱정이 되는 것.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도우면 될지 모르니까 마음만 불안한 것이다. 적어도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의 교육 만큼은 나라 전체가 머리를 함께 맞대고 고민하고 또 고민할 장이 우선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인간의 일생에서 정말 너무나 중요한 순간 순간들인데…생각하면 아득한 마음이 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이들을 이 미친 조국에 살으라고 낳아서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하린이 어렸을 때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도 모르고 지나쳤을까. 연이은 상념에 곧잘 빠지게 되었던 저녁 모임, 오늘까지도 잔상이 남아있다.

 

화요일

아직 화요일이라니, 아무리 못해도 목요일은 되어야 할 것 같은 날인데.

어제는 평소의 나답지 않게 회사 일에 매몰되어 정신을 못차렸고, 덕분에 피로감이 엄습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계속 미친 듯이 일을 하고 있었어…오늘은 그러한 질주 본능을 억누르고자 9시부터 지금까지 놀았는데, 와중에 배고파서 빵이랑 차 마신 게 체해서 소화제 1알 먹고 앉았다. 하아 – 심적 스트레스에 절대 내성이 붙지 않는 그지같은 체질.

이래서 결국, 손해인 걸 알면서도 일을 빨리 해치우게 된다. 그리고는 남의 일까지 떠맡는 게 억울하다고 징징. 그만하자 그만해.

블로그 쓰는 게 그나마 덜 억울하고 약간 더 놀 수 있는 핑계 같아서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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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일요일 @ 갈레트갈랑

주말의 집에서는 두리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요즘 집 주변에 큰 공사가 세 가지나 진행 중이라 너무 시끄러워서(이젠 일요일엔 공사를 안 한다는 암묵적 규칙도 없어진 지 오래) 지난 달인가 찜해둔 갈레트 잘한다는 식당에 갔다. 근래 제주에는 서울에서도 쉽사리 만나기 어려운 특정 서양식의 고수가 출몰, 시골집을 개성있게 꾸미고 맛있는 음식을 딱 재료 소진할 만큼만 팔고 대신 인스타에서 핫해져서 쏠쏠찮은 수입을 올리는 게 추세인가 본데, 이 집이 딱 그렇다. 되도 않는 비즈니스 분석이야 이쯤 해두고, 아무튼 갈레트는 프랑스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풍성하고 화려했으며, 무엇보다 맛과 정성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시골집은 프로방스 분위기로 꾸몄는데, 이 또한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 보면 홀딱 반해서 소리를 꽥 지를 만큼 이뻤다. 하지만 나는 이런 집은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구했을까, 공사하느라 또 얼마나 돈이 많이 들었을까, 기름보일러는 가스보일러로 교체했을까, 주변 편의시설 없는데 불편하진 않을까, 동복리라는 이 쪼그만 동네도 슬슬 또 월정리나 평대리 같아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들어서 편하게 즐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마당을 보면서는 두리가 있었다면 이 마당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싶어서 한숨이 나왔다. 이젠 두리가 없어서 안 부러워해도 되니 다행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나오느니 한숨. 요즘은 어딜 놀러가도 이 모양이라 기분이 영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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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일요일 @flat 4 coffee roasters

동네 카페에서 원두를 사다 먹은 지 근 4년인데, 그 카페가 좀 먼 데로 이사를 했다. 차를 타고 십여 분 가야 하는데 그조차 상당히 귀찮아서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다 어차피 차를 타고 가야 한다면 더 맛있는 집이 없겠나 싶어 가 본 곳. 커피 맛은 내게 산미가 너무 강해서 그냥저냥. 분위기는 비틀즈를 모델로 해서 깔끔 산뜻. 제주시 도심 중 도심에 있어서 바깥 풍경이 별로라는 점을 제외하면 좋은 편인데도, 왠지 자주 가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이럴 때 보면 내가 너무 까다로운 소비자 같지만…힙 하다는 데를 가 보면 항상, 그 ‘척’ 하는 느낌이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도무지 몸이 그 안에 담겨지지 않는 걸 어쩌겄나. 아무려나 커피가 엄청 맛있었다면 이 커피 환경 척박한 제주에서 닥치고 원두 구매는 했을 텐데, 그 정도 맛이 아니었던 걸로.

소화제 먹고 여기까지 쓰고 나니 속이 많이 가라앉았다. 어설프지만 글쓰기가 그나마 내 해방구 노릇은 해주나 보다. 약효가 금방 듣네. 이제 되었다.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