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주말

지난 주말은 참 흡족했다.

대체로 주중에 마음 먹었던 일들을 다 해가며 시간을 알차게 보냈고, 신체적으로 충분히 쉬었고, 좋은 물건을 샀으며, 좋은 영화를 보았으니까.

1 마음 먹었던 일들, 좋은 물건 구매

일본 여행의 첫째 단계인 항공권 구매를 마쳤으니 이에 따른 호텔 검색 및 예약이 필요했다. 잠깐 훑어만 봐도 우리가 가려는 시기가 성수기 직전이므로 지금 해야 그나마 저렴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겠으니 되도록 미리 하자, 건과 나란히 컴 앞에 앉았는데 – 하하하. 그간 리스트에는 10여 군데를 모아놨지만 두 세 군데 보고 바로 결정. 적정 가격 내에서 충분히 쾌적하고 위치 좋은 곳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이 약 10여 분 되려나.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공급지가 있는데다 청결이나 서비스에 관한 한 우리 경험상 걱정할 게 1도 없으니 다른 여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쉬웠다.

두어 달 전 식탁에 벚꽃을 두니 그 곁에 앉아 뭘 먹고 마실 때마다 참으로 기분이 좋아져서, 정기적인 꽃 택배까지 고려했던 참에, 어제 오전 산책길에 마침 꽃가게가 보이길래 카네이션을 사서 꽂았다. 스승의날을 앞두고 다양한 카네이션 묶음이 들어왔던 모양인데 덕분에 우리는 좀 독특한 색상의 꽃을 구입해서 기분이 무척 좋았음. 곧 다가올 여름이면 자주 마시게 될 레모네이드를 위해 애플민트 화분도 하나 사고.

소위 말하는 가정교육이나 가정환경이란 인간에게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 연유는, 꽃을 사고 바라보는 내 들뜬 심경과 모습에서 엄마의 그것을 여지없이 보았기 때문.

어릴 적 엄마는 지나치다 싶으리만큼 꽃이나 식물에 지극정성을 다 했다.

생화를 주기적으로 사서 장식하는 건 물론이고 조화를 만드는 법도 배워서 그걸 만들어 나나 며느리에게 자꾸 주는 바람에 우리를 무척 곤란하게 했으며(작으나마 내 살림이 생긴 뒤로는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넘의 기괴한 조화를 내 집 어느 구석에도 절대 놓기 싫었다!), 드라이브 길에 꽃들이 줄지어 피어 있는 곳을 지나기라도 하면 운전자가 (주로 아빠) 아무리 귀찮아 해도 반드시 일단 내려서 꺾어 집에 들고 가거나, 여의치 못할 경우 사진이라도 찍어야 했다.

그뿐인가, 나나 하린을 졸라서 고속터미널 지하 꽃상가나 양재 꽃시장에 가는 일 역시 엄마가 주기적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월례 행사였다. 시간이 갈수록 월례가 분기별, 연례가 되어가긴 했지만…(다행히도!)

그렇게 해서 사온 수많은 화분들은 웬만해선 죽지 않고 집안 곳곳을 쉬 점령했다. 죽기는커녕, 다른 데서 다 죽어가던 화분도 엄마의 손만 거치면 짱짱하게 다시 잘 자라서 자부심이 대단하셨는데…우리 자식들은 물론이고 아빠 또한 그런 화분 더미를 많이 들이는 데 항상 반대였기에 그 자부심은 엄마 평생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 쑥쑥 자라나는 화초들을 두게 하는 대가로, 나머지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엄마의 의견은 묵살되는 것이 당연해졌을 뿐.

나로 말하자면, 이 문제에 있어서 항상, 최근 1-2년 전까지만 해도 아빠의 입장과 같은 입장이었고 바뀐 것이 있다면 그나마 제주에선 요리를 자주 해먹으니 허브 화분 정도나 집안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뿐이었는데……헐, 한번 꽃을 식탁에 두고 본 뒤로 이렇게 사람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아니, 순식간에 엄마가 만든 가정환경을 소환해 왔다.

사실, 꽃 뿐이랴, 엄마와 닮은 점들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닮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즐겨찾는 알라디너의 서평 가운데 아래 구절이 눈길을 끌었다.

“거의 모든 부모가 자식의 삶을 망친다. 자식의 삶을 망치기, 그것이 부모가 하는 일이다.”

앨리스 밀러라는 저자의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나의 부모로부터 해방을 원하는 마음 하나, 제발이지 내 자식의 삶 망치기를 조금이나마 덜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자 노력해보는 마음 둘. 이 둘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서 용기를 내어 구매했다. 곧 도착할 예정인데, 살짝 걱정이 된다. 내가 이런 책을 읽고 마음의 평정을 잘 유지할 단단함을 갖춘 사람일까. 혹은, 이런 내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2 좋은 영화

이미지 검색결과

한국에 수입되기 전부터 백은하 기자님이 어찌나 좋아하시든지 내게도 기억에 새겨진 제목이었다. 게다가 이 영화의 OST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수프얀 스티븐스가 만든 곡이 있고, 그걸 그가 아카데미에서 직접 부르기도 했으니, 안 볼래야 안 보기 힘든 영화.

하지만 기대가 높아지면 실망도 커지는 법인지라, 그리고 감독이나 배우가 모두 내게는 생소한 이들이라서,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는 그닥 갖지 않고 봤는데….오와. 최근 어떻게 보면 꼭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어서 이리저리 헤맨 우리로서는 모처럼 신선한 느낌을 듬뿍 선사해주는 영화를 만나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나저나 영화 보고나니 이태리 가고픈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절하다. 그것도 여름에 꼭 가고 싶어…하지만 우린 교토에 갈 것이지…비행기 티켓 끊고나서 이 영화를 본 게 그래도 다행인가…안 그랬음 그냥 아시아나에서 새로 취항하는 베니스 행 직항을 끊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아. 돈과 시간이 더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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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름휴가를 계획할 시즌이 벌써 왔다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

전인권 씨가 소위 사부로 나온다고 해서 ‘집사부일체’라는 예능을 주목했다가 1화 보고 죽 외면했는데 -_-; 지난 번 채널 재핑에 걸려서 우연히 보게 된 ‘차인표’ 씨 편은 무척 재미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깔깔깔 박장대소 했네. 물론 웃기려는 욕심이 상당해 보이긴 하지만, 계산 하에 스스로를 디스하는 멘트도 좋았고 모든 행위나 말이 대체로 진심 어린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현재 준비 중이라는 옹알스 다큐멘터리는 모처럼 일반시민으로서도 응원하고픈 프로젝트더라.

여름휴가 이야기 하다가 왜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 예능 이야기하고 앉았냐면,

차인표의 핵심 생활 모토가 “롸잇나우”인데 (최근 동생과 사별했는데, 보내고나니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못한 점이 너무 아쉽고 후회되어서 이후로는 뭐든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바로 실행하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고 한다), 나와 건의 여름 휴가 계획에 이 모토가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

어제 오전에 재미삼아 일본으로 휴가 갈까 메신저로 이야기 나누다가, 점심을 먹고 바로 오사카 행 티켓을 뚝딱 결제했고, 내친 김에 제주에서 김포 가는 비행기까지 모두 결제해버렸음. 롸잇나우 정신에서 빛의 속도로 결제하기만 빼온 건 아닌지……..^-^;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그래도 잘한 듯. 지난 번 오사카 갔을 때 교토를 한나절만 둘러 봐서 너무 아쉬웠고 조만간 또 가자 했으니. 이번엔 오로지 교토에만 머물면서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사고, 잘 쉬다 올 작정. 리스트를 좀 더 정교하게 제작하리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마음이 사뭇 든든하고 일할 맛 난다. 으흐.

(롸잇나우 외에도 독특한 그의 생활 습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알람 설정해두고 푸쉬업하기.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알람 울리는 즉시 엎드려 푸쉬업을 무조건 한다. 노래가 상록수라서 좀 더 웃겼다. 건은 이걸 본따서 Bowie의 Hero를 알람으로 해두고 푸쉬업을 시작했다. 3일 연속 성공. 효과가 대단하다. 굿굿)

*

연휴에 이것저것 했는데 기록이 늦어서 벌써 가물하다. 대략이나마 남겨보자면,

1 서울에서 트위터 친구가 오셔서 술 한 판, 곽지해수욕장 나들이를 했고,

2 ‘왕좌의 게임’ 시즌 7개를 끝냈고(!),

3 영화 ‘소공녀’와 ‘쓰리빌보드’를 보았다.

각기 느낀 점.

1 이제는 오래 앉아 술을 마시며 노는 일이 갈수록 육체적으로 힘들다. ㅠ 곽지해수욕장은 왜때문인지 갈 때마다 우리에겐 인상이 좋지 않다. 효리네민박에서는 그 어디보다 좋아 보이는데 말이지…..

친구를 봐도 그렇고, 제주에서 차 없이 여행하기란 여전히 매우매우 힘들다. 운전면허는 젊을 때 눈 딱 감고 따둬야 하는 것임을 새삼 뼈저리게 느낌. 하긴, 젊을 때 눈 딱 감고 해둬야 하는 일들은 이외에도 참 많구나 싶다.

2 미드는 당분간 물려서 안 보겠다 싶을 정도로 긴 시리즈였다. 다들 어떻게 1,2 년 씩 이걸 기다렸다 봤지? 싶다가, 우리가 이미 내년 시즌 8을 예상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사람 다 거기서 거기지, 또 그런다.

3 ‘소공녀’ 영화 자체보다는 그 안의 이솜과 안재홍을 고대했지만, 역시 연출이 역량 부족일 때 배우가 홀로 빛나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만 재 확인. 내용은 우리에겐 하품이 날 만큼 뻔해서 지루했고 영상미도 제로였다. 휴 –

‘쓰리 빌보드’는 기대보다는 별로였다. 역시 기대가 너무 컸기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내가 평소에 아카데미 상 받기 딱 좋은 내용을 선호하지 않아서 그런 듯. 프랜시스맥도먼드 또한 이전의 연기와 별로 달라진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고. 그래도 소공녀보다는 백 번 나았지. 휴 –

좋은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

최근에 본 것들

1 영화

보고 싶은 영화들은 여전히, 제주의 극장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 신작이 나오면 제목을 기억해뒀다 올레티비 메뉴에 올라오는 즉시 봐야 한다. 이러지 않으면 올레티비에서도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곤 하니.

그리하여 지난 일요일에 본 영화 – 더 포스트.

이미지 검색결과

평소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 -> 출연진 -> 내용 순으로 선택하는 편이라, 아카데미에서 노미네이트 되는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별로 눈여겨 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스필버그는 대단하다고 여기지만 언제나 내 취향의 작품을 내는 사람은 아니고, 메릴 스트립은 두 말 하면 입 아픈 명 배우라고 인정하지만 역시 외모가 내 취향은 아니고, 톰 행크스는………조금 싫어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보이스 톤이랑 얼굴이 내 취향이 아님).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 날엔 마침 연차를 내서 집에 있었는데 좋아하는 가수 수프얀 스티븐스가 무려 무대에서 생방송으로 공연을 한다길래 본방을 부러 시간 맞춰 봤다. 여우주연상은 결국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나의 최애 배우라서 이 영화는 무조건 볼 것임)가 탔지만  “더포스트”의 메릴 스트립이 얼마나 연기를 잘했을지 훤히 그려지는 시상식 분위기에 힘입어, 나 또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던 것.

중간중간 감동에 눈물을 머금기도 했지만 다 보고나서는 조금 시시하네 싶기도 했다. 영화가 시시했다는 건 아니고 (아주 매끈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함), 우리 언론이 당한 고초에 비해서 미국 언론이 또는 그 종사자가 당한 고초가 아무래도 …… 이런 비교 단순히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내 말초신경은 이미 ㅠ, 수위가 심히 약하다고 느껴서 시시했던 것 같다. 폭력과 거짓말에 익숙해진 국민은 이렇게 속절없이 무뎌지는 것이다. ㅠㅠ 그리고 한편으로는 워싱턴포스트랑 뉴욕타임즈 너무 빨아주는 것 같아서 쫌 꼽기도 했고.  ^-^; 대중영화가 어떻게 한 언론 매체의 역사를 저렇게 칭찬 일색으로 그리는지, 대놓고 홍보가 아닌지, 잠깐 의아하기도 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동아일보를 저렇게 그리면 어떻게 될까…………..(물론 지금의 워싱턴포스트는 지금의 동아일보와 전혀 수준이 다르지만)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 때의 시선이 이전에 비하면 확 달라진 점, 즉 언론사 그룹 사주로 분한 메릴 스트립의 역할과 대사가 젠더 왜곡 없이 균형잡힌 상태로 그려졌다는 점이 보여서 기쁘고 보기 좋았다. 헐리우드가 앞장서서 이런 분위기로 나아가니 모두들 물론 따라할 테지 싶어서 좋고, 이런 상황을 몇 십년 기다려 온 사람처럼 작심하고 보여준 듯한 메릴의 여장부 역할 연기, 우와앙 너무 멋져서, 챙겨 본 보람을 크게 느낌.

2 미드

“왕좌의게임”을 지난 설 연휴 때부터 보기 시작해서 이제 시즌 6을 보는 중이다.

건이나 나나 이런 게임 같은 판타지물 시리즈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볼 생각이 1도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무루님의 트윗을 보고 시작한 게 화근(?) ㅋㅋ 이다.

한 번 시작하니까 이눔의 막장 드라마를 도무지 끊지를 못해…..그게 바로 막장의 묘미긴 하지….ㅠ 근데 시즌 6이 이제까지 시즌 가운데 제일 재미없는 것 같다. 시즌 7도 이러면 어쩌지, 벌써 걱정이다. 안 볼 수는 없게 되었는데……..

건은 용 세마리 보는 게 제일 낙이 된다는데, 나는 딱히 뭐가 마음에 든다 할 것도 없다. ㅋㅋ 근데 이게 또 안 보고 며칠 지나면 다음 이야기가 자못 궁금하단 말이쥐. 그리고 등장인물 캐릭에 주변 사람들을 대입해보거나 정치 상황도 대입해보게 되고. 특히 광신도 이야기는 뭐 현대의 일부 기독교와 1도 다르지 않아서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킴.

3 드라마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를 남들도 이렇게 폭발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하이킥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던 듯.

그만큼 영리하게 (또는 얄밉게) 양다리 걸친 전략이 먹혀 든 거겠지 싶은데, 나는 워낙 안판석 감독을 열렬히 좋아해서 이런 전략을 딱히 미워하지 않는다만 트위터리언과 페미니스트에게는 왜 욕 먹는지 알 것도 같다.

본래 러브러브 내용을 좋아하지 않아서 시작 전에는 사실 기대가 높지 않았는데, 손예진 님의 1화 연기를 보고 완전 반해버려서 ㅠ 그녀가 나오는 장면마다 화면을 씹어 먹을 태세로 보고 있음. 예전에 ‘연애시대’에서 한 번 반한 뒤 잊고 있었는데 (‘비밀은없다’에서도 새로워서 좋기는 했지만, 워낙 이미지 변신이 컸던 영화라 결국 힘을 온전히 빼고 능력 발휘를 하진 못했다고 생각함), 이번에 완전 ㅠㅠ 세상에 생활연기의 달인이고, 본인이 어떻게 하면 본인도 잘 나오고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지, 너무 잘 아는 사람. 정해인 배우의 인기가 멀리 대륙까지 하늘을 찌르고 있긴 하지만 나는 손예진의 자연스러운 리드가 없었다면 그분 혼자만의 자질로서 이만큼의 반응을 얻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표정이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 회가 거듭할 수록 연기가 팍팍 느는 게 나같은 일반인에게도 막 눈에 보이는 정도.

러브러브 말고는 손예진 직장 또는 가족에 대한 묘사가 공분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지만, 나는 작가가 회사생활을 안해보셨다면 이 정도면 아주 현실적으로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정해인의 게임회사 생활은 거의 그리지 않는 것도 잘한 선택. 둘다 잘 그리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니, 작가가 비교적 그 내부 구조를 잘 아는 듯한, 할 이야기가 훨씬 무궁무진한 손예진네 커피 회사에만 중점을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 하아, 어머니와 동생의 대사가 너무 우리를 빡치게 하지, 하지만 여기는 ‘이상한나라의며느리’ 예능이 아니니만큼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라는 쉴드를 쳐도 괜찮다 생각함.

정작 내가 못마땅한 지점은 구 남친과의 씬들이다. 처음에 곤약 어쩌고 이별 선언한 뒤 남친이 양다리 걸치고 윤진아가 마구 헤매는 와중에 서준희가 눈에 들어오고…여기까지는 다 자연스러웠는데 안전이별 또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그 하나만 다뤄도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소재를 어떻게든(?) 넣으려다 보니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억지스럽기도 하고, 규민 역할의 오륭 배우가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 전편에 녹아들지 못한 채 갑툭튀 느낌. 특히 그렇게 이미 폭력 성향이 다 드러난 사람에게, 기껏 휴대폰 명의 변경 때문에 (단 1초도 연락이 안되면 불안하고 보고 싶고 애닳는 연인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휴대폰부터 개통하지 못한단 말인가!) 또 혼자 찾아가고 차를 덥석 타버린다는 설정은 아무리 맹한 윤진아라 할지라도 시청자가 온전히 몰입하기에 불가능한 설정이었다. 이뿐인가, 윤진아의 동생이랑 서준희가 규민을 자체적으로 응징하려 한다거나 윤진아를 무조건 한심하게 여기거나 정작 본인이 원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오로지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장면이 삽입되면서 직장생활 부분이나 다른 여성들과의 연대 장면 등 좋은 장면들의 진의까지 의심 받게 만드는 것. 오륭 배우가 아깝기는 하지만, 이 캐릭과의 일화는 얼른 마감하셔야 할 듯.

안 감독의 커플 작가님인 정성주 작가였대도 이랬을까, 싶은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이유다. 작가님이 조금 더 치밀하게  장치를 깔고 세심하게 대사를 썼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꽤 있다. 그러고 보면 ‘밀회’에도 소름끼치게 싫은 역할로 나온 배우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욕을 먹지는 않고 오히려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분들도 많이들 지적했지만, 나 역시 연상연하 커플 스토리 처음 나온 지가 언젠데, 고작 네 살 차이 가지고 저렇게 호들갑 떠는지 공감이 잘 안 된다. 그걸로 안되겠는 건 아니까 가족들이 워낙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왔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극 중 진아 아버지 말마따나,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면 됐지 뭐가 그리 큰 문제이고 진아가 그렇게까지 부모에게 미안해 할 일인지, 원.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네 살 차이 정도는 내 주변에도 널렸고 더구나 극중 윤진아의 나이가 삼십대 중반인 걸 감안하면 확실히 지나치다.

그런데……..극 중 준희&진아 커플이 과하게 뽀뽀한다, 과하게 맨날  만난다, 정해인 같은 남친, 손예진 같은 여친이 비현실적이라는 비아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극중 서준희의 행동은 건이 내게 하는 행동이랑 매우 많이 비슷해서, 나에게는 비현실적이지 않….(네, 돌을 던지세요.^-^;). 일례로 서준희가 중국 출장 삼개월을 여자친구랑 떨어기지 싫어서 안 간다고 한다거나 회사에서 자른다고 하니까 그럼 사직서 당장 쓴다고 하는 장면, 윤진아가 혼자 변태 성추행 일삼는 상사(이화룡 배우님, 사랑합니다, 연기 너무 잘하세요 엉엉)를 만날 때 못내 걱정되어서 서준희가 따라와서 옆자리에 앉는 장면, 이런 장면들은 나와 건의 연애사에서 겹치는 장면이 매우 많아서….. 그리고, 진아가 그 나이 치고는 물정을 너무 모르고 연애나 남자를 몰라서 심지어 후배에게 상담 구하는 게 여성을 또 비 주체적으로 만드는 부분이라고 주장하던데, 이 점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내가 바로 그 나이에 딱 그랬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와 연애 (남자) 이해도가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이 자신의 의지를 주체적으로 실현하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보여주면야 물론 ‘교훈적’이기는 하겠지만, 그러면 정말로 ‘비현실적’일 것만 같아서. 세상에 사람과 사람 간의 연애처럼 쉽게 답을 구하기 어려운 주제가 또 있을까! 누군가 때문에 막 설레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 그때에도 딱 딱 주체적이고 사람 가려가며 할 말 안할 말 고르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동일한 장면에서도 누구는 비현실이라 하고 누구는 나랑 똑같네 하게 된다니, 역시 드라마란 참 흥미로운 쟝르로구나, 한다.

 

양배추가 남아돌 때 해 먹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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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면 가끔 지인들로부터 공짜 채소를 받게 된다. 2인 가족인 우리는 먹다 남기는 게 싫어서 평소 안 사게 되는 어린아이 머리통 만한 양배추도 그 가운데 하나. 고맙게 받긴 하지만 아무래도 양이 많다 보니 먹다 먹다 남아서 결국 버리게 되는 경우가 꽤 되었는데, 그때마다 농사 지은 분의 수고를 헛되게 하는 듯한 마음에 미안했다.

그래서 요즘은 되도록 이런저런 요리를 궁리해서 받은 만큼은 꼭 소비하려고 노력 중. 지난 번 브로콜리를 많이 받았을 때는 피클을 해먹었기에 양배추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만 하고 몇 주를 그냥 보내버리는 와중에 겨우 궁리를 해서 만들어 본 2가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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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해서 급 인기를 얻게 된 모양인 양배추 샌드위치. 나는 영화는 안 봤지만 그 덕에 관련 조리법이 쏟아져 나와서 여러 블로그를 참고해서 만들 수 있었다.

식빵, 양배추, 달걀, 마요네즈 정도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는데 소스의 양과 조합은 블로그마다 제각각. 나는 달걀을 노른자 흰자 나눠서 다지고 하는 건 귀찮아서 패스한 대신 마요네즈만 넣으면 좀 느끼한 감이 있길래 케첩을 살짝 섞어 새콤한 맛을 내봤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식빵도 굳이 구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버터를 발라 구우니까 짭쪼름한 맛이 어우러져 약간 심심할 뻔한 재료를 보완, 이제 여기에 햄과 당근만 더 넣고 섞어주면 짜란 ~ ! 길거리 토스트샌드위치로 변신, 참 쉽지요잉.

샌드위치를 만들면 늘 예쁘게 자르질 못해서 속상했는데 어느 블로그에 랩으로 잘 싼 다음 썰어주면 쉽다고 적어 주신 걸 보고, 랩은 아무래도 자르는 과정에서 약간의 비닐이 쓸려 들어갈 것 같은 우려가 있어, 대신 종이호일로 싸서 빵칼로 잘랐더니 쉽고 예뻤다! 역시 1 도구를 잘 갖춰 놓고 2 잘 쓰기까지 하면, 요리는 반 이상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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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알리오올리오에 양배추와 스팸을 추가한 변형 파스타.

순전히 냉장고 파먹기 마음가짐으로 떠올린 메뉴인데, 예상보다 훨씬 맛있어서 기쁜 나머지 기록한다.

재료: 링귀니 면, 통마늘, 양배추, 스팸, 페페론치노(없으면 말린 홍고추),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1 면 삶기 – 500원 동전 두 개 만큼으로 넣으면 항상 좀 많은 느낌인데 결국 또 다 먹는다. ㅎㅎ 이번엔 스팸이 들어갈 예정이니까 소금을 기존 알리오올리오 때보다는 약 10% 적게 넣었는데, 실제 먹어 보니 그냥 기존대로 넣었어도 좋았을 듯.

2 깐마늘 8-10 알 정도를 편으로 썰기.

3 양배추는 한 손 가득 쥐어질 만큼 채썰고, 스팸은 스몰 사이즈의 반 정도 채썬다. (먹어 보니 양배추는 조금 더 넣어도 좋았을 뻔. 두 손 가득 쥐어질 만큼 넣고 면을 차라리 줄여도 되겠다)

4 올리브오일을 2 TS 정도 팬에 두르고 마늘 -> 페페론치노 2-3개 -> 양배추(약간의 소금 간) -> 스팸 순으로 볶는다. 주의: 마늘이 타지 않도록 반 정도 익었을 때 나머지 재료를 차례로 넣을 것.

5 면이 알덴테로 익었다 싶을 때 팬으로 옮겨서 섞는다. 이때 면수를 한 국자 정도, 후추 조금, 올리브오일 1TS 정도 더 넣으면 재료가 잘 섞이고 맛도 좋아짐.

*

이러고도 아직 2/3 통이 남았는데 뭘 해먹을까 고민이다. 양배추 찜 류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데…..흠, 파스타를 다시 해먹을까나.

(Cont.) 되고 싶은

어제 교육 이야기에서 빼놓은 것이 있다면, 교육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이 더 잘한다는 것. 여기서 ‘젊은’ 이란 당연히 신체를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신체가 늙었어도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면 그는 젊은 사람. 하지만 현실에선 신체 나이와 정신 나이가 비례할 때가 더 잦아서, 그걸 또 이번 교육에서 처절하게 느껴서, 슬프다.

두 분 강사님 가운데 한 분의 태도가 너무 안이하고 무례해서, 실소와 한숨과 분노가 왔다 갔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기가 참 힘들었던 것.

한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그 남성 강사님은,

구태의연한 비유법과 무례하기 짝이 없는 멘트들(요새 누가 OB 맥주라고 합니까 ㅠ 강의할 회사=우리 회사에 대한 기본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와서 틀리게 자료 준비해놓고, 아니라고 정정해주는데도 계속 본인이 맞다면서 우기면 어쩝니까 ㅠ) ,

복장(배 나왔죠 네, 그건 괜찮아요, 하지만 점심 시간 이후 허리 띠 사이 단추 살짝 풀어놓은 상태로 강의하면 ㅠ 직원들에게 그루밍 제대로 하는 법을 가르칠 자격이 되겠어요오 안되겠어요오),

프리젠테이션 자료(프린세스 다이어리 틀자고 님 컴퓨터 폴더 우리가 다 봐야 할 필요가 없고요, 자막 파일이 어디 갔더라 하면서 헤매는 모습은 더 더욱 보기 싫고요, 그 영화 언젯적 영화냐를 떠나서 거기서 일반인이 공주로 변신하는 모습 보여준다고 서비스 정신 올라가는 거 아니고요, 시간 때우려고 튼 거 다 보이고요 ㅠ),

억지 스토리 텔링(본인 몇 십년 전 무용담 몇 십분 씩 반복해서 이야기한다고 그넘의 용기와 자신감 돋는 사람 아무도 없고요 ㅠ)  등…..

흐어, 이 모든 것들을 이틀 동안 태연하게 시전하시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우리 사회 일부(!) 노답 어르신의 표본이랄까. 어서 은퇴하셔야겠다는 생각이 나이 든 나도 들어버리는데 젊은이들은 오죽할까. (그래도 하란 대로 다 해주고 박수도 쳐주는 젊은 동료들, 너무 착해 ㅠ)

반면, 이틀 중 오후 한 나절 정도는 젊은 여성분이 맡으셨는데 피티 자료의 질, 멘트의 적절함, 복장, 목소리 톤, 준비하고 말하는 태도 등, 모두 꽤 괜찮았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

하지만 분명 저 남성 분이 여성분보다 훨씬 높은 자리, 훨씬 높은 연봉을 받고 있겠지……ㅠ

*

그래서, 나도 정신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되고 싶은’ 목록을 매일 작성하거나 매일 생각이라도 해야지, 넋놓고 있다가 남들은 다 싫어하고 속으로 욕하는데 스스로만 모르는 바보 어른이가 될 거야. (아니, 이미 되었나? ㅠ)

전체를 한 번에 바꾸기란 불가능하니 우선 회사에서의 ‘되고 싶은’ 나만 생각해서 적어 봄.

  •   말: 무조건 짧고 굵게 하되, 상대방이 가장 알아듣기 쉽게 하기. 이렇게 하기 위해선 말하기 전에 항상 잠깐의 포즈를 둬야 한다.
  •   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다음 쓰기. 부사를 덜 쓰기.
  •   태도: 차분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상냥하면서도 단호하게, 열려 있지만 만만하지 않게.

현재로서는 가장 큰 난관이 말.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의견 나눌 때 내 말이 너무 늘어진다거나 상대가 못 알아 먹게 말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 자괴감 들어서 ㅠ 최우선 수정사항으로 두고 있다. 한편, 상대가 잘못된 논리를 펴거나 무례하게 굴어서 한방 멕이고 싶을 때 그 순간 못하고 꼭 나중에 후회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말 대답이 돌아오지 못할 만큼 곧바로 잽을 날릴 수 있는, 고런 화법을 꼭 배우고 싶다. 아무튼 일단 과묵하게.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 (비장)

되고 싶은

금요일 같은 목요일이다.

사무실에 셋이 근무하는데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는 나 혼자 있을 예정이라. 훗.

일기를 쓰자, 싶어졌다.

*

어제 그제는 회사에서 무슨 교육을 받았다.  업체에서 2인의 강사가 왔는데, 새삼 티비나 유튜브에 나오는 강사들이 얼마나 고퀄인지, 아니, 얼마나 고퀄이어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그들을 포함하여 세상의 수많은 강사들이 얼마나 사기꾼 기질을 품고 있는지 또 알았으며, 그런 그들이 또 얼마나 이 사회에서 잘 먹고 잘 사는지를 생각하며 살짝 소스라쳤다.

내 돈이 나가는 게 아니니 만큼 어찌 어찌 교육을 마치면 그만이긴 한데 아무래도 너무 배알이 꼴리고 멘트가 듣기 싫어서 결국 나름 전문 영역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걸고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교육의 특성상 되도 않는 영어를 많이 가져다가 무슨 정의가 담긴 말이나 약어를 만들고 그걸 수강생들에게 강제로 외우게 한 다음, 이것을 기반으로 조를 짜서(으아아악 이게 제일 싫어) 각기 논의하고 그림 그리고 발표하고 어짜고 저짜고를 하면서 시간을 떼우기 마련. 그래 그렇다 치자 쳐 하면서 받아주려면 최소한 그놈의 영어 스펠링은 틀리지를 말았으면 좋겠는데 ……… 하아, 이번에는 틀렸을 뿐만 아니라 그 틀린 스펠링으로 약 4-5페이지가 계속 됨. 도저히 참지 못하고 중간에 손을 들고 말하고 말았다. 참, 사람 성격이 이렇게 변한다. 어렸을 때 나였으면 손을 들기는커녕 혹시라도 나에게 말을 시킬까 봐 조마조마 눈에 안 띠는 구석에서 숨죽였을 텐데.

*

교육을 받으면서 평소에 잘 만나게 되지 않는 동료들을 만나고 나서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스몰토크가 정말 어렵구나….

대부분 이야깃거리라 하면 개인의 사생활을 캐묻는 부분만 떠올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디 사세요 결혼했어요 애들은 몇 살이예요 하고 나면 꿀먹 상태가 되므로. 그런 거 외에 정치 시사 이슈나 회사 제도 문제 따위를 이야기할라 치면 얼굴이 너무들 굳어 버려서 내가 막 잘못한 거 같고 그릏다.

그래도 한 분은 골든리트리버를 키우고 계셔서 강아지 이야기로 약간의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예뻐는 하는 것 같고 산책도 잘 시켜주시는 것 같지만, 다수의 도민들이 그렇듯  ‘개가 그래 봐야 개지 뭐’ 라는 식의 뉘앙스가 있어서 지내다 힘들면 어디 줘버리지는 않을까, 속으로 살짝 노심초사가 들긴 함.

*

으엑 일기 쓰고 있는데 사람들이 사무실 왔다가 나 혼자 있으니까 안 나가고 수다 떨어서;; 급 퇴근 시간 되어버림. 원래 저 제목을 쓴 거는 되고 싶은 내 모습 한 열 개 적어 볼라 그랬눈뎅. ㅋㅋ 포기하자.

 

아픈 4월이 왔다

4월은 잔인한 달, 이라는 말은 누가 어디서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나 또한 매년 떠올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우선 어제는 4월 3일, 70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다.

몇 가지 불만사항이나 못마땅한 점들이 물론 있지만서도, 나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래로 이 정부가 펼치는 정책이나 방향성을 대체로 지지하는 쪽에 죽 서 있는 편인데,  일단 대통령이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를 최대한 보여주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지난 주말까지도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 여부를 놓고 확답을 못 받은 듯한 도내 분위기라,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라도 대통령 대신 나서겠다는 정치인이 나오기도 했던 참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호들갑을 가볍게 비웃기라도 하듯 대통령은 역대 두 번째로 제주에 왔고, 첫 번째와는 달리 정식 입구 쪽이 아닌 이름없는 묘석이 자리한 쪽으로 먼저 와서 참배했으며 노통 때에 비해 2배 많은 사람들과 함께 2배 길어진 1시간 여를 머물고 보안 등급은 대폭 낮춰서 마치 아이돌스타처럼 도민들의 카메라 세례를 기꺼이 받고 떠났다. 물론 구체적인 법령 개정이나 배 보상 문제, 연좌제 문제 등 유족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도 추념사에 꼼꼼히 담아 전달했다. (대통령 연설문 써주시는 분이 누구인지 가끔 매우 궁금하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 씨가 혹시 다시 하는 걸까? 아니면 초안을 누가 써주더라도 문통이 직접 여러 번 수정하여 최종본을 만드는 걸까? 아무튼 꽤나 유려하고 진솔한 글솜씨라서, 여타 관에서 짓는 글과 달리 아주 잘 들리고 잘 읽혀서 좋음)

지인이 별로 없는 나나 건의 주변에서조차 유족을 쉬이 접할 수 있는 정도로 보아, 다들 오랫동안 쉬쉬하고 드러내질 않아서 그렇지 4.3의 아픔과 조금이나마 관련이 있는 도민의 수는 짐작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홍준표 같은 인간이 여전히 자기 진영 들으라고 당일에 ‘폭동’ 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올리는 작태를 보면 정권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은커녕 이들의 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한 정치인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 같다. 국가의 정식 사과나 배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조목조목 요구할 엄두도 못 낸 채, 혹시라도 예전 자신의 조부모 세대처럼 부지불식간에 나라로부터 잔혹하게 버림받지는 않을지 두려워서, 이들의 가슴은 대체로 새가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게고, 누구에게도 섣불리 나의 친척 누구누구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할 수 없었을 테고, 한편으로는 왜 우리는 광주나 여수처럼 나중에라도 제대로 규명되고 평가 받는 작업을 못하고 있을까, 답답하고 억울했을 텐데, 그런데 어제 같은 날이 왔다. 대통령을 예전 성군처럼 받드는 것은 안될 일이지만, 대통령이 나서니까 하루종일 네이버 검색어 1위에서 안 떨어지는 상황 자체는 그야말로 팩트 아닌가. 기대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유족들은 아마도 역대 처음으로 진짜 기대를 해볼 것이고 이는 당연히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 언론은 4.3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선거 행위도 정치의 일환이라고 보자면 도민들이 정치인을 ‘이용’하고자 한들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 어떤 덕목보다도 신의를 중요시하는 사람, 그래서 신의를 바탕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제주도에도 (당연히) 꼭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다음 주면 4월 16일이 온다.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솟구치는 날.

2014년 4월 16일 이후, 4월에는 아무리 행복해도 마냥 웃기만 할 수가 없어지고 말았다. 화사한 벚꽃이 우수수 쏟아져 내릴 때면, 왠지 약간 슬픈 기분이 드는 것 같아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이유.

 

 

 

미세먼지와 KIBUN의 상관관계

요근래 내 바람은 하나 – 노인이 되면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살게 되길.

잠을 조금 설쳤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었다고 해서, 날씨가 급격하게 달라졌다고 해서, 보기 싫은 것을 봤다고 해서, …… 등등의 이유로 기분이 급락하는 일이 없기를.

그저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똑같았으면 좋겠다. 기분이 무척 좋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날이 그날 같기를 바란다. 비슷비슷하기를. 더는 무엇도 막 바라지 않고 무엇에 막 실망하지 않고, 사소한 일에 식겁하면서 놀라지 않고, 괜스레 짜증내지 않고, 언제나 마음이 잔잔하며 몸의 균형을 갖추고 우아하게(!) 지낼 수 있기를.

노년에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늘 바란다….만, 글러터진 것 같다.

요며칠 잠 못자고 미세먼지 매우나쁨 상태 공기 속에 사니까 바로 염세주의자 되고 다 꼴보기 싫고 아무 거나 막 사고 막 먹고, 한 마디로 막 살아버리고 싶어짐. ㅉㅉ 우아는커녕 인내심부터 길러야 하는데 – 음악 밖에 매달릴 게 없어서 틈 나는대로 좋은 음악을 찾아 듣고자, 이거 하나 겨우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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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라 딱히 요리 욕구도 생기지 않아서, 지난 주말에는 배달 요리를 먹거나 비빔면을 간단히 먹거나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 와 먹었다. 어딘가 산책을 가거나 잠깐 콧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효리네민박2’ 보면서 대리만족만 했다. 이런 공기 속에 산책이래 봐야 헛짓거리, 제주의 푸른 바다조차, 화면으로만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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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기분이 바닥이라 반차 사용만 가능했으면 도망쳤을 날. (내달부터는 시행한다니, 그나마 다행. 자주 써먹어야지)

화장하는 것도 귀찮고 잘 할 줄도 몰라서 맨 얼굴에 립스틱만 바른 세월이 길었는데, 늙으니까 눈이 너무 흐리멍텅하게 보이는 게 싫어서, 회사에 오면 마스카라부터 한다. 누군가 쓰던 것을 그분 퇴사할 때 물려 받았는데 이제 그마저 다 써가네.

올리브영에서 핸드크림과 립밤을 샀는데, 핸드크림은 괜찮은데 립밤이 별로다. 여러분 저거 쓰지 마세요, 매끄럽게 발라지지도 않고 보습이 그렇게까지 좋은지도 모르겠고.

샤넬 립잉크는 마음에 든다. 역시 내가 알아서 고르는 것보다 전문가가 권하는 것 사는 편이 낫다는 점을 쓸 때마다 새삼 느낀다. 그냥 봤을 때는 모르는데 발색되었을 때 나처럼 노란 기 도는 피부톤을 화사하게 해주는 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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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예쁘게 찍기란 늘 어렵다. 육안으로 본 느낌이랑 너무 다르단 말이지. 퇴근 길이라 기분이 슬슬 괜찮아져서, 하루종일 언짢았던 상태를 술(!)로 풀고 싶다는 욕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웬만해선 퇴근 후 다른 데 들르길 싫어하는 건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내, 집 근처 막회 식당에서 소원 성취. 휴 – 조금은 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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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거라면 질색인데, 오늘은 점심 먹고 편의점 가서 이런 걸 사와서 후식으로 먹었다. 물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단순히 단 거 카테고리에 포함시키기에는 좀 억울한 면이 있는 맛이기도 하고,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좀 좋아진다는 썰을 어디선가 들어서, 한번 실험해 본다는 마음으로 먹었다. 실험 결과……….그닥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지금은 이어폰을 끼고 쳇 베이커를 듣고 있다. 동료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왔다. 이어폰을 빼야 하는데 너무 빼기 싫으네.

 

 

 

 

이것저것 먹고 패딩턴 2를 본 주말

우리는 보통 주말 낮 시간을 이용해 장을 보는 편인데 지난 금요일에는 와인이 몹시 마시고 싶어져서 퇴근 후 바로 이마트로 직행, 미리 장을 본 덕분에 주말에는 이것저것 계획대로 잘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L님이 인스타에 올린 걸 보고 우왓 해먹어 봐야지 하고는 재료 다 구비해서 머랭도 잘 만들고 그랬는데 ㅠ 역시 핫케이크 굽는 기술은 고난이도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우침. 건은 오래되어 잘 타버리는 팬 탓이라고 위로했지만 내 생각엔 아무래도 기술 부족. 주제에 폭신한 수플레 식으로 만들기까지 하려고 했다니 ㅉㅉ 이제 깔끔하게 포기했다. 다음에는 굳이 핫케이크가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 먹을 예정.

오전의 브런치를 망쳐서 콩나물밥은 잘해봐야지 심기일전한 덕일까. 돼지고기 갈은 것 양념과 묵은지, 콩나물, 밥의 비율과 간이 완벽했다. 하지만 바닥이 약간 눌러 붙었다면 더 맛났을 것이라 다음에는 약불에서 2-3분 추가할 예정. 테팔 제품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최근 구입한 저 냄비는 이렇게 냄비 밥 같은 메뉴를 해 먹기에 딱 좋다. 도구의 소중함을 또 한 번 깨달음.

봄동이 제철이라고들 해서(요리 블로거님들이), 우리도 괜스레 봄동 한 다발을 샀다. 겉절이는 그럭저럭한 맛이었지만 부침개는 매우 맛났어서 다행. 가장 바깥 거친 잎은 국 끓이라고들 하길래 몇 장 남겨두기까지 했으니, 국, 김치, 부침개 3종을 몇 천원에 불과한 채소로 해먹는다는 소위 가성비 갑의 느낌을 우리도 간만에 느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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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산 이래 무언가 우리집에 자꾸 공짜로 들어오면 그 채소가 너무 많이 재배되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게 브로컬리인 모양. 건의 동료가 큰 덩어리로 네개나 줘서, 일부만 남기고 건이 직접 장아찌를 만들어 봄. 아래 파스타랑 먹으니까 궁합도 잘 맞고 하기도 쉽고, 만들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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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9시, 지난 주에는 새로 시작한 드라마 ‘라이브’를 보느라 효리네민박2를 안 봤는데 이번에는 라이브 안 보고 효리네 봤다. 노희경에 대한 기대보다는 정유미를 보고 싶어서 본 드라마였는데, 논란이 된 이대 시위를 모델로 한 장면 외에도 불편한 장면이 많고 너무 뻔한 대결 구도가 많아서;;; 3화까지 보고나니 더는 흥미가 없어져버림. ‘너무 밝은 사람은 무교가 아니었음을’ 이라는 명언을 트이타에서 본 뒤로 박보검 씨를 보면 자꾸만 그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임윤아 씨에 대해서도 평소 노 관심인지라 …. 이들의 출연에 열광하는 사람은 우리집에 없지만, 효리네 같이 사는 동물 식구들, 특히 강아지들 때문에 항상 재미있게 본다. 카메라조차 언제 따라갔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잽싸게 언제나 효리 씨 옆구석에 착 자리를 잡고 있는 순심이가 신기하면서도 짠 하고 구아나 볼 때마다 너무 잘 생겨서 감탄하고 이제는 손님들이 와도 전혀 떨지 않는 모카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고실이 석삼이처럼 길 따라 들어와서 집사를 선택한 자유 영혼들을 부러워하다 보면 인간 민박객들의 행동 가운데 거슬리는 점들은 곧잘 눈감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효리 대 상순의 관계 구도랄까 행동 패턴이랄까 하는 것이 나와 건의 그것과 많이 닮아서 재미있기도 하다. 어제 효리가 상순 없이는 집구석에서 물건 하나 똑바로 찾지 못한다거나 인덕션 청소를 어찌 해야할지 모르는 걸 보자니,  참 남일 같지가 않….;;;

이미지 검색결과

꺄아아아아, 나는 패딩턴 같은 영화가 너무 좋다. 이런 귀여움과 현명함과 사려깊음과 재미가 꽉 찬 드라마, 사랑해.

1편보다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웬걸, 2편은 더 재밌다!

게다가 이건 뭐 런던시 홍보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거리 풍경을 잘 그려내서 우리는 더 재미있게 본 듯. 저기 갔었지, 저런 집에 묵었지, 저런 느낌이었지 하면서 추억 새록새록.

보면서 두 세번 완전 깔깔깔 자지러지게 웃었던 장면들 생각하며 월요일 오후를 버티는 중.

 

집에서 만드는 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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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cooking 님 조리법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주로 해 먹기 시작한 뒤 생긴 습관 가운데 하나는, 지나가다 보이는 조리법이 마음에 드는 족족 무조건 저장해두기. 가장 자주 북마크 하는 곳은 네이버 이웃 블로그 두 군데지만 유튜브 구독 채널도 몇 군데 있어서 이메일로 왔을 때 제목이 흥미로우면 한 번씩 돌려는 보는 편인데, 이게 나같은 초보한테는 요리 실력을 조금이나마 늘리기에 좋은 방법 같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해 먹고자 하는 요리 이름을 검색 창에 친 다음 수많은 조리법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면, 요즘은 나에게 잘 맞는 조리법을 공유해주는 분들이 올린 요리 가운데 내가 따라하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그걸 저장해뒀다가 재료가 마침 마련되었을 때 시도하는 것. 지금까지 큰 실패 없이 잔잔히 잘 해 오고 있어서 뿌듯. 😎

그중에서도 이번에 만들어 본 갈비탕은, 원래 밖에서만 먹는 음식인 줄 알고 살아온 평생이 약간 아쉬울 정도로 잘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저 조리법대로 따라한 기록을 올려 봄.

  • 재료 준비

갈비탕 만을 위해서 재료를 산다? 우리같은 2인 가족에게는 아무래도 좀 무리다. 해피쿠킹 님은 코스트코에서 수입산 갈비를 저렴하게 샀다고 하셨는데, 제주에는 코스트코도 없고 소갈비도 웬만해서 구경하기 어려운 관계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직접 조리할 엄두를 내었느냐!?

지난 번 설에 갈비찜을 해먹으려고 동네 축협에 미리 전화까지 해서 소갈비를 팔아주십사 해서 무려 2킬로를 구매한 것이 남았기 때문. 갈비라는 부위 및 제주 동네 정육점이라는 특성 상, 우리가 원하는 딱 그만큼의 양으로 잘라 팔지도 않고 잘라 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약간 울며 겨자먹기로 2킬로 짜리를 샀는데(한우라서 무지 비쌌다 ㅠ), 찜으로 1.5킬로를 해 먹고 나머지 500그람은 일단 냉동 보관했던 터. 메일로 봤던 저 조리법을 기억했다가 해 먹어볼 요량이었다. 뭐든 밖에서 먹느니 집에서 해 먹는 걸 선호하던 (심지어 오븐도 없던 그 시절에 집에서 맨날 도넛이랑 찐빵 해주시던 분) 우리 엄마조차 곰탕이나 꼬리곰탕은 집에서 했어도 갈비탕은 한 적이 없건만 – 이래서 참 사람은 앞일을 모르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제 진짜 재료 준비 들어갑니다.

갈비 500 그람 (우리는 찜용이라 2센티 굵기로 자른 걸 사용했는데, 탕 용도로만 살 거면 3-4 센티 굵기로 잘라도 좋을 듯), 베이킹소다, 다시마,  양파, 무, 대파, 통마늘, 당면(옵션), 소금, 간장, 연겨자 : 갈비 외에는 양은 일부러 지금 적지 않는다. 조리법 순서대로 쓸 때 같이 적을 거다. 내 경우 조리법 볼 때 맨 위 재료 준비 칸에만 양이 적혀 있어서 조리법 따라 보며 하다가 뭔가 필요할 때 다시 맨 위로 스크롤 올리는 게 너무 구찮더라.

  1. 갈비 핏물 우려내기 – 이거 때문에 오래 걸리는 요리, 다른 과정은 사실 그닥 복잡하지도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생략한다면 깔끔하고 맛있는 갈비탕은 완전히 포기할 수 밖에 없으므로 무조건 해야 함. 약 3시간에 걸쳐 중간에 두 세번 물을 갈아준다.
  2. 되도록 속이 깊은 냄비에 씻어낸 갈비를 넣고 베이킹소다 3/4 ts 분량을 잘 발라준다. – 하면서 깜짝 놀랄 만큼 정확한 양이었다. 500그람에는 저 정도 베이킹소다면 양면을 다 발라주기에 딱 맞다.
  3. 갈비가 물에 잠길 정도의 분량 물을 넣은 뒤 다시마 한 장 투하하고 팔팔 끓인다.
  4. 끓이면서 나오는 고기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 – 이거는 귀찮을 거 같지만 막상 해보면 별로 안 귀찮다. 국물 깨끗해지는 거 보면서 안심과 희열이 느껴짐. 제거 후 다시마는 뺀다.
  5. 찬물 1.5 리터를 더 넣고, 양파 1개, 무 200 그람 정도, 대파 1대, 마늘 한 톨 으깬 것, 식초 1 ts를 넣음. – 이것도 하면서 깜짝 놀랄 정도의 정확도. 식초가 너무 작을까 싶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딱 좋았다. 물의 양도 이 정도로 해야 나중에 졸아들어서 추가할 때 딱.
  6. 5번 상태에서 처음에는 강불, 팔팔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30분 더 끓인다.
  7. 찬물 2컵 (400 ml 정도임) 추가하고 또 30분 더 끓인다.
  8. (당면을 넣을 거라면 이 시점에서 당면도 불렸다 삶아주면 좋을 것)
  9. 소금 1 ts 정도로 간을 한 뒤, 채소는 모두 건져낸다.
  10. 둥둥 뜨는 고기 기름을 소스 만들 정도로만 걷어내서 냉장고에 식혀 둔다.
  11. 마지막으로 물 1.5컵 (300ml) 정도를 더 추가하고 2-3분 후루루 끓인다.
  12. (당면 넣을 거면 당면을 깔고) 갈비탕을 그릇에 담고 쫑쫑 썰어둔 대파 추가.
  13. 냉장고에서 기름 꺼내서 말간 국물만 남겨 간장 약간 + 연겨자 넣어서 소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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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도 진국으로 나왔고 고기도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육즙도 살아있었고, 대 성공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또 해먹을지는 좀 미지수.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잘하는 데서 뚝딱 한 그릇 먹는 게 편한 것 같기도 해서…ㅋㅋ (하지만 제주에서 맛있는 갈비탕 집 발견 못해서 어쩌면 또 할지도 모름)